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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제주도 감물염색 갈옷과 목자복 그리고 바농질
등록날짜 [ 2023년01월09일 09시43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옷 중에는 바느질하지 않은 옷이 있다.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미얀마 등 남아시아 지역의 여성이 착용하는 사리(Sari)가 그렇다. 사리는 인더스문명과 함께 발전해 온 오랜 전통이 있다. 
 
사리는 옷이라기보다는 한 폭의 천이다. 5-8m 정도 되는 아주 긴 직사각형의 천이 사리의 전부다. 바느질하지 않은 사리가 옷으로 사용된 것은 힌두의 옛 전통에 따른 것이다.

힌두 문화에서 옷감을 잘라내고 바느질하는 것을 불경스러운 행위였기 때문이며, 발달에는 따스한 날씨도 한몫했다. 남아시아 지역에서 재단된 옷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사리 형태의 천을 입은 후 한참이 지나서이다.
 
사리는 재단과 바느질이 되지 않는 옷감이지만 고도로 정밀하게 직조된다. 실을 염색 후 씨실과 날실을 엮거나 천연염색하고, 자수를 넣는 방식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무척 정교하며 섬세한 작업이다.

사리가 발달한 지역에서는 천 자체가 옷이므로 옷을 만들어 팔기보다는 직조한 원단 자체나 천연염색 후 옷으로 판매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사용되는 승려복 또한 바느질하지 않고 직사각형 천을 한쪽 어깨가 드러나도록 걸치는 경우가 많다. 이 옷들은 불교와 함께 중국에 전해지면서 팔과 어깨를 포함하여 온몸을 가리는 바느질한 옷이 되었다.

그런 다음 가사(kashaya)를 소매가 달린 가운에 감았다. 도교와 유교가 발달한 중국에서는 몸을 가리는 것이 예의의 표시이고, 인도보다 추웠기 때문이다. 이 승려복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바느질한 옷을 입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옷은 신분, 종교, 추위, 노동 등 여러 가지 목적에 의해 사리(Sari)와 가사(kashaya)와는 달리 바느질이 발달한 옷이다.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상의국(尙衣局), 장복서(掌服署), 상의원(尙衣院) 등 임금의 옷을 지어 올리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도 있었을 정도로 바느질이 중요했다. 우리나라 남단의 제주도의 전통 복식 또한 사리와 가사는 찾아볼 수 없고 바느질이 발달한 옷이다.
 
바느질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전통 옷은 염색기술 수준 또한 매우 높았는데, 직조한 천에 염색하고 나서 바느질해서 옷을 만들었다. 옷의 제작은 종류가 달라도 ‘직조→염색(또는 무염색)→바느질→옷’ 순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갈옷은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고 옷을 만든 다음 감물염색한 사례가 많았다.

그 이유는 “감물을 천에 염색하면 바농(바늘)이 잘 안 들어가므로 옷을 만든 다음 염색을 하였다.”(김0월. 1927년생, 2012년 2월 27일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구엄노인복지회관에서 인터뷰를 함)라는 제보처럼 감물염색한 천은 바느질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허북구, 박지혜. 2013. 근대 제주도의 감문화와 감물염색. 세오와 이재). 
 
그런데 제주도의 복식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옷을 만든 다음 감물염색한 문화에 대해 의아해할 수가 있다.

제주도는 바느질 등 규방문화가 자리잡기 어려울 정도의 거친 환경이었으나 그 거칠고 열악한 환경이 역설적으로 바느질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바느질을 바농질이라 하고, 바느질꾼을 바농질와치라고 하는데, 바농질이 발달한 데는 목자복(牧者服)으로 대표되는 가죽옷과도 관련성이 깊다.

목자복은 제주의 목동과 사냥꾼이 겨울에 입었던 방한용 털 가죽옷으로 종류는 가죽두루마기, 가죽감태, 가죽발레, 가죽버선 등 많다. 
 
목자복에 사용된 바느질 기법은 코걸이, 감침질, 홈질, 온박음질, 휘갑치기 등이 사용되었다. 이 중 코걸이 기법은 제주에서만 사용된 특이한 기법이다.

방법은 우산살을 지탱하는 철사나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만든 도구를 이용해 가죽에 구멍을 낸 뒤 가죽 실을 신발 끈 꿰듯이 한쪽에서 반대편 쪽으로 연결해 가는 방법이다.

제주도의 가죽옷 복식에는 패치워크, 상침, 코걸이, 패치, 꼬임, 절개, 찍기 등의 바느질 장식기법도 사용되었다(고순희. 2011. 제주 전통 모피 피혁류 복식 연구. 제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목자복이 발달한 제주도에서 두꺼운 가죽을 이용한 바느질을 생각하면 감물염색한 천의 바느질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옷을 만든 후 감물염색한 문화가 정착했던 것은 가죽 등 거친 것의 바느질 주체는 남성이었고, 천을 이용한 옷의 제작은 여성의 몫이었던 것과 관련이 깊다.

갈옷은 목자복과는 별개로 여성이 바느질 주체였으므로 여성들에게 감물염색한 천을 이용한 바느질은 쉽지 않았고, 그것이 옷을 만든 후 감물염색하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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