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조영준 발행인]"개성공단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어요. 난 대통령(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개성공단에 진출하지 않은 이유를 말했어요. 개성공단은 언젠가 볼모가 될 것입니다. 애초부터 나는 최전방 우리 땅에 공단을 조성해 북한 근로자들이 출퇴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지금이라도 제2의 개성공단은 철원이나 강원도 최전방 우리 땅에 조성해야 합니다. 더 이상 개성공단의 확장을 정부에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지난 2006년 5월 29일 본사가 후원,주관한 한 행사에서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 필자가 던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의 말은 개성공단에 대해 진보계의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발언이였다. 강 회장은 개성공단에 첫 삽을 뜨게 한 김대중 정부의 뒤를 이은 참여정부 출범의 최대 후원자였고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 간 진보성향의 섬유기업인 이였으니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의외였다. 당시 참석 섬유패션업계 인사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개성공단 확장은 더 이상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이렇게 달랐다. 지금도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시각은 진보계 성향의 인사들과 보수계 성향의 인사들 모두 자신의 가치관이 투영돼 제각각 일 것 같다.
누군가는 개성공단 중단의 책임을 우리 측 정부에 돌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북한에 돌릴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 화해와 교류의 물꼬를 터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이가 있는 반면 북한 독재 정권의 달러 박스가 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북한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릴 것이다. 개성이라는 군사적 요충지를 남쪽 자본주의 기업인들에게 내주었고,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자본주의 물결의 진원지라고 비판할 집단이 있을 것이다. 반면 굶주린 인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있다는 평가도 있을 것 같다.
또한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달러가 북한의 경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미사일이나 핵무기가 돼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남측 기업인들이 북측 노동자를 착취해 돈을 벌고 있고 자신들의 체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남과 북 모두에게 장점과 단점을 너무 극명하게 안고 있는 판도라 상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뾰족한 해법이 없는 골치아픈 존재인지도 모른다.
지난 3일 홍양호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7명의 우리 측 인원이 모두 귀환하면서 개성공단은 결국 닫혔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섬유패션(의류봉제,시계)신발 등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우리 업계의 큰 아픔으로 와 닿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지금 기업인들이 나서서 풀어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성공단을 기업인들이 앞장서 만들었지만 남한이나 북한이나 정치권의 후원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여야의 생각이 다르고 정부의 생각도 다르다. 현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냉각기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앞서 나열한 남과 북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어느정도 풀려야만 개성공단은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 같은 우리 민족 이지만 겉과 속은 정치적 계산과 체제유지를 위해 우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좌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그들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그때 말한 그 말이 왜 지금 현실이 돼 나타나고 있는지 필자 역시 혼란스러울 뿐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북으로 향했던 그 발걸음과 수많은 기업인들이 지뢰를 걷어내고 산업장비를 안고 휴전선을 넘었던 길이 물거품이 돼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 그 주역들은 이제 대부분 고인이 됐다. 앞으로 누가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할 것인가? 개성공단을 바라보며 울고 있을 남과 북의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