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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시골음식을 찾아서...
등록날짜 [ 2006년12월19일 00시00분 ]


-휴가를 맞아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을 때 딸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아빠 돼지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냐 토끼 똥 냄새야"

아들녀석이 받아쳤다. 아내는 냄새가 난다고 창문을 닫으라고 했다. 아이들도 덩달아 코를 막으며 야단 이였다.

시골냄새를 싫어하는 가족들을 위해 나는 창문을 닫아 주었다. 그러나 바람결에 실려오는 시골 냄새를 막을 수는 없었다.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창문을 닫았지만 시골의 정취는 공기를 타고 차 속 가득히 베어들었다.

아들녀석과 딸아이는 계속해서 냄새의 진원지가 토끼냐 돼지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토끼 똥 냄새도 있고 돼지 똥 냄새도 있어. 사람 똥 냄새도 섞여 있을걸"

아이들은 인분 냄새가 섞여 있다는 말에 '진짜냐'며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코를 막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냄새는 한동안 차 속에 남아 있었다. 나는 시골 냄새를 콧속 깊이 들여 마셨다.

"음.. 냄새가 좋은데..."

아이들은 아빠가 그런 냄새를 좋아한다고 괴상한 사람으로 몰아 붙였다. 나는 아이들과 아내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시골냄새를 음미하며 시골길을 달렸다.

이번에는 어디선가 낙엽을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에 와 닿았다. 마른나무와 낙엽을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가슴이 설레었다. 시골 고향에 온 것만 같았다. 그립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갔다.

그 시골냄새와 함께 했던 그리운 사람들이 떠오른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바우아저씨,시골아주머니와 아저씨들, 시골동네 개구장이 친구들...' 
 
지금 그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시골을 떠난 사람도 있고 아직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려 보니 대다수는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고향의 산자락에 그분들의 육신이 묻혀 있다.

영혼도 아마 그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그분들의 정취가 아련히 다가왔다. 갑자기 커다란 놋쇠 솥에 장작불을 지펴 지은 보리밥이 먹고 싶어졌다.

'할머니집에서 먹었던 그 밥이 먹고 싶구나. 보리밥에 묵은김치와 나물을 섞어 혹은 시원한 냉수에 말아 밭에서 따온 풋고추와 노란 된장을 찍어서...'

시래기 국도 그립다. 그때는 왜 그렇게 시래기 국과 된장찌개가 싫었는지... 아마도 매일 먹다시피 해 싫증이 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그때 어른들처럼 시래기 국과 된장찌개, 청국장 같은 것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 피자,소시지,햄,치즈, 튀긴닭고기 등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나처럼 이런 시골 음식들을 좋아하게 될까.

어쩌면 이런 류의 시골 음식은 세월이 흐르면 인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시골 음식을 찾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때는 아이들도 어른이 돼 시골냄새를 맡으면서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게 되겠지.(2001년 조영준의 스토리텔링, 음식스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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