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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부처님 오신날 2009
등록날짜 [ 2009년05월02일 00시00분 ]

"불교가 쪽 팔려"
"아니 왜?"
"우리 반은 불교 2-3명에 불과해. 지난번 선생님께서 불교신자 손들어 봐라 하는데 쪽 팔려 죽는 줄 알았어"
"..."

불교 신자라고 손들어 준 아들녀석이 대견했다. 아들에 비해  나는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 불교신자 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조상 대대로 불교를 믿어왔지만 마음 속에 불교는 자리잡지 못했다.

어릴 때 부터 불교가 그냥 싫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로 가득찬 절의 분위기가 내게 와 닿지 않았다.향내가 싫었고 근엄하게 서 있는 스님들의 침묵도 싫었다.

그러던 중 대학 3학년 때 쯤 불교를 마음 속에 조금 받아 들였다.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였다.

나의 불교 믿음은 스스로 오랜 방황과 갈등 속에서 찾아 왔다. 긴 세월 나는 기독교인들이 믿는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 있었다. 유년시절 내 마음의 종교는 카톨릭으로부터 출발했다.

시골 성당의 신비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성가대의 선율이 어린시절 나를 사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 때도 내 주위 절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개신교 신자였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도 따라 갔다. 밤마다 하느님의 목소리 같은 환청이 들려 왔고 성경책을 읽으며 잠들기도 했다.

그렇게 기독교, 혹은 카톨릭에 가까웠던 종교관이 어떻게 불교 쪽으로 옮겨 갔는지 짧은 글로 설명하긴 어렵다.

어머니의 당부도 있었지만 어느순간 부터 부처님 오신날 절을 찾게 됐다. 그런데 [부처님 오신날] 왜 절에 가야 하는지 묻는 아들녀석에게 장황하게 나의 종교관을 주입시킬 순 없었다.

종교관이 없는 아들녀석을 절에 데려가는 것은 강제성이 짙게 깔려 있다. 어린시절 내가 할머니를 따라 혹은 어머니를 따라 절에 갔던 것처럼...

아들녀석은 절에서 주는 비빔밥 한그릇과 부침 한조각 그리고 아버지를 졸라 자동판매기에서 빼먹는 캔쥬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먹을거리들이 부처님 오신날 아들녀석이 절에서 찾는 큰 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린시절 크리스마스(성탄절) 때 교회에서 주는 과자와 사탕, 혹은 여자 친구들의 속삭임, 떠들석한 노래와 형제애 보다 더 정다운듯한 교인들의 친절함. 그런 것에 이끌렸던 것처럼, 아들녀석도 절에서 주는 비빔밥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성탄절, 내 유년의 순수한 마음이 담겼던 교회 모습-사탕과 과자가 십자가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부처님 오신날, 아들녀석도 맛있게 먹었던 절간의 음식들이 금칠을 한 불상 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비빔밥 속에 담긴 부처님의 말씀이 무엇일까 집착하는 것도 믿음이 약해서 일어나는 속세의 번민일까? 소박한 절 음식을 앞에 놓고 한국 불교를 걱정하는 것도 그런 속물근성이 작용했기 때문일까?. 비빔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와 절간을 거닐며 생각했다.

'날이 갈수록 비대해 지는 절의 외관과 달리 젊은 신자들의 이탈과 어린이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불교를 불교계 지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불교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인지 절도 변화하고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 절이 교회처럼 떠들석 했다. 산을 울리는 마이크 소리와 노래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이 절 답지 못하다고 비판만 할 수도 없다. 신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불교를 만들기 위해 기독교 냄새가 풍기는 퓨전식 절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았다.

침묵과 근엄함만을 쫓다가는 앞으로 아들녀석의 반에서 불교 신자를 아예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체질에 시끄러운 절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 얼마간 아들녀석과 함께 부처님 오신날 절에 가려면 내가 가진 불교관도 조금씩 변해야 할 것 같다. [2009년 부처님 오신날..](조영준의 다이어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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