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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막걸리 추억
등록날짜 [ 2023년04월16일 18시58분 ]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마신 술은 막걸리였다. 

초등학교 가기 전이니 아마 7살쯤 됐을 것 같다. 손님이 남겨 놓고 간 막걸리를 부모님 몰래 마시고 취기를 못이겨 논두렁에 스러져 잤으니 일찍 술을 배운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마신 술도 아마 막걸리가 아닐까 싶다. 

대학생 때(1984~91년)는 '술=막걸리'로 통용될 만큼 모든 행사에 막걸리가 빠지지 않았다. 

막걸리가 주변에 항상 있었던 것은 아마도 저렴한 술값이 원인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나오는 막걸리는 1병에 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어 '싸구려술=막걸리'라는 공식은 이제 안맞는 시대가 됐다.  

막걸리 하면 같이 먹는 음식들도 떠오른다.  파전, 감자탕, 순대국 같은 음식을 먹을 땐 꼭 막걸리가 필요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막걸리를 마셔 왔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거나, 혹은 지방에 갈 경우 그 지역 막걸리를 구입해 맛이 어떤지 분석해 보는 취미도 생겼다. 

막걸리 제품은 수없이 많지만 내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품질이 뛰어난 막걸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수도권에 사는 까닭에 가장 많이 접하는 막걸리는 '서울장수 막걸리' 이다.

'서울장수 막걸리'를 처음 접했을 때 내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시원(청량)하긴 했지만 걸죽하지 않아 막걸리 본연의 맛이 없었다. 게다가 탄산이 많아 트림이 자주 나오는게 단점이였다. 

서울장수 막걸리에 길들여지고 있을 무렵, 주류사업에 평생을 바친 국순당 창업주 배상면 회장을 만났다. 

배 회장은 "나도 옛날식 걸죽한 막걸리를 좋아했다"며 "그런 막걸리를 되살리기 위해 우곡주(배상면 회장의 아호)를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샘플 우곡주를 맛본 뒤 큰 기대 속에 시판을 기다렸지만 배 회장은 이 우곡주를 시판하지 못하고 타계했다. 

그 이후 수년 뒤 배혜정도가(배상면 회장의 딸이 운영)에서 고인의 뜻에 따라 생우곡주를 내놓았다. 

생우곡주는 처음 나왔을때 알콜 도수가 13도였고 가격(14,000원)도 높아 대중화에 실패했다. 

그 후 도수를 10도로 낮추고 유기농 쌀 대신 일반 쌀을 사용해 가격을 6,000원대에 내놓았는데 전라도 유명 막걸리인 해창막걸리(12도 14,000원)와 견줄만큼 맛이 좋았다. 그러나 가격 탓인지 일반 마트에서는 잘 만날 수 없었다.

배상면주가(배상면 회장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주류회사)에서도 우곡주만큼 탁하진 않지만 서울장수 막걸리에 비해 조금 더 탁한 '느린마을막걸리'를 내놨다. 

느린마을은 인공감미료(아스파탐: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로 막걸리 뒷맛을 안좋게 한다. 외국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통도 잘 돼 동네 마트에 가면 서울장수 막걸리 옆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다.

다만 서울장수 막걸리 보다 가격이 비싸고 탄산이 적어 탁 쏘는 맛과 청량감이 약했다. 

국순당(배상면 회장의 장남이 운영)에서도 여러가지 막걸리를 내놨는데 '1000억 유산균 막걸리'가 내 눈길을 끌었다. 

이 막걸리는 과일향과 단맛이 강했다. 술이라기 보다 요구르트에 가깝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느린마을,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서울장수 막걸리에 비해 달게 느껴져 술꾼들 보다 여성들이 더 좋아할 타입이다. 

나 역시 느린마을,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는데다 다소 탁한(걸죽한) 맛을 내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러나 느린마을과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단독으로 마시는 것 보다 서울장수와 1:1로 섞거나 물을 타(탄산 제거)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섞어 마시면 단맛을 줄이고 탁 쏘는 탄산맛도 느낄 수 있다. 물을 섞으면 탄산을 줄이고 막걸리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막걸리는 여러 제품을 섞어 마셔도 이질감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나는 기회 있을 때 마다 시판되는 생막걸리(저장기간이 긴 막걸리는 안 마심)를 구입해 맛보며 비교 분석하거나 섞어 마시곤 한다. 

동네마트에 가면 볼 수 있는 중저가 막걸리(서울장수생, 느린마을생, 배다리생, 지평생, 국순당생, 가평잣생, 화성생, 영탁생...)는 대부분 비슷한 맛을 내지만 마셔보면 미세한 차이가 있다. 

부산, 대구, 전주 등 지방에 가면 그 지역의 주류업체에서 생막걸리(생탁, 불로생, 전주생, 배다리생, 영탁생, 일동생, 대마할머니생, 제주감귤...)를 생산해 판매하는데 대부분 서울장수 막걸리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대형마트로 유통되거나 직접 주문해 택배로 받아야 하는 고가(6000원 이상) 막걸리(해창생, 생우곡주, 나루생...)는 도수가 높고 걸죽한 맛을 내지만 가격이 비싸 호불호가 갈린다.  너무 독하고 걸죽하다며 싫어하는 이들도 많다.

사람들의 입맛도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니 막걸리도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이제 생막걸리가 대세인 가운데 중저가 생막걸리와 고가 생막걸리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돌이켜 보니 내 생에 최고의 막걸리는 7살 때 몰래 마신 이름(브랜드)없는 동네 막걸리였다.

그 다음은 시골 가게(그 당시에는 하얀플라스틱통에 막걸리를 담아 놓고 
주전자를 가져가면 담아 주었다)로 막걸리 심부름을 갔다오며 조금씩 맛본 1970년대 막걸리였던 것 같다. 

그때 맛 보았던 그 막걸리는 왜 요즘 없는 것일까? 시중에 나오는 막걸리를 아무리 마셔도 그때 맛이 되살아 나질 않는다. (조영준의 스토리텔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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