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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제주도 감물염색의 푸새 대용 효과와 활용
등록날짜 [ 2023년03월27일 09시58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세계 각 지역의 전통 의복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여름철은 고온 다습하고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고 건조한 특징이 있다. 양복 문화가 있는 대부분의 유럽 지역은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도 난류나 편서풍의 영향으로 비교적 춥지 않은 서안 해양성 기후이다. 
 
유럽은 여름철에도 우리나라만큼 땀을 많이 흘리지 않으므로 부드러운 재질의 옷감의 사용이 많다.

옷의 구조 또한 세탁이나 손질을 통해 오래 입는다는 개념보다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는 오트쿠튀르(haute couture)처럼 미술(예술)적 요소와 개성 등 디자인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여름철에서는 실크 보다는 모시, 삼베, 면직물처럼 촉감이 다소 거칠어도 몸에 잘 달라붙지 않은 것을 선호했으며, 세탁을 자주 했다.

그러다 보니 땀을 흘러도 감물염색 천처럼 몸에 잘 달라붙지 않고, 약간 꺼칠한 질감이 있어 착용감이 좋으며, 비누칠을 하지 않고 물에 담가서 비비기만 해도 때가 잘 빠지는 것은 선호되었다. 
 
또한 세탁을 자주 해야 하므로 천연염색 할 때는 이를 고려했다. 때가 덜 타서 세탁 횟수를 줄일 수 있고, 세탁 후에는 세탁에 의한 마찰 때문에 일어났던 의복 표면의 잔털이 정리되며, 마찰 견뢰도가 높아지면서도 광택과 촉감이 개선되는 풀먹이기 문화도 발달되었다. 
 
풀먹이기는 의복을 세탁한 뒤 완전히 말린 후, 풀을 섞은 물에 담그고 주물러 풀이 옷감에 배어들게 하는 것으로 푸새라고 하며, 궁중에서는 도침(搗砧)이라고 했다.

풀의 재료에는 쌀이나 밀, 보리, 감자, 메밀, 녹말 등 다양한 것이 사용되었는데, 이것들은 점성과 지속성이 다르므로 옷의 용도나 성질에 따라 달리 사용했다.
 
1809년에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편찬한『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의하면 비단은 자란(紫蘭)의 뿌리인 백급(白급)으로, 보라색 비단은 ‘생토란즙’으로, 진홍색 무명과 모시의 경우 풀에 ‘잇꽃(홍화)을 담갔던 누르미물’을 섞어 푸새하라는 내용이 있다.
 
과거 푸새에 사용되는 풀의 재료, 제조법 및 활용법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제주도의 경우 쌀이나 밀가루도 사용했지만 피쌀(기장)풀이나 바다에서 나는 해초도 사용하였다. 가령, 무명실을 베틀에 메기 전에 ‘구들이’로 불리는 해조류로 풀을 만들어 먹였다. 구들이는 색이 누렇고 잎맥에 곰보가 있는 해조류이다. 
 
옷이나 이불 호청은 밀쌀이라는 제주도 소밀(잘사는 집은 밭에 재배했으며, 이것으로 가루를 만들어 생애떡도 해 먹고, 죽도 끓여서 먹었다. 색깔은 조금 불그스름했다)이 많이 이용되었다. 후에 왜밀(가루는 흰색)이 들어오면서 소밀로는 하지 않게 되었다.
 
제주도에서 옷감의 푸새에 이용된 풀 재료는 밀 외에 게꾸두리(우뭇가사리)와 가시리가 사용되었는데, 게꾸두리풀이 고급풀로 이용되었다. 풀에 이용된 해조류는 뜯어다가 물에 씻고 햇볕에 하얗게 될 때까지 바싹 말린 다음 풀을 쑤어 찌꺼기를 걸러내고 이용했다.
 
옷감에 풀먹이기 문화가 있었던 제주도에서 감물염색은 그 자체가 풀먹이기 대용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즉, 2011년과 2012년에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70대 이상의 고령자 53명에게 1960년 이전에 감물로 염색한 천에 관해 조사한 결과 삼베에 염색했다는 응답은 73.6%였다.

삼베에 감물염색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다수는 삼베옷을 어느 정도 입고 난 후에 헐어서 후줄근해지면 풀먹이듯이 감물염색을 했다고 해 푸새 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과거 제주도에서 옷에 감물염색을 했던 목적에 대해 70대 이상 53명에게 두 가지씩 응답하게 한 결과 시원하다가 62.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옷이 잘 안 달라붙고 빳빳하다는 응답이 50.9%를 차지하였다.

때가 잘 안 탄다는 응답은 30.3%였으며, 수명이 길다는 응답은 22.6%였고, 가시덤불이나 억새 잎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염색하여 입었다는 응답은 17.0%였다(허북구, 박지혜. 2013. 근대 제주도의 감문화와 감물염색. 세오와 이재). 
 
제주도에서 감물염색을 했던 이유는 위와 같이 염색 본연의 목적인 색을 내기 위한 것 못지않게 푸새와 유사한 효과를 이용하기 목적이 많았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여성들의 노동량이 많고, 일손이 부족했으므로 푸새 작업은 자주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감물을 한번 들여놓으면 푸새와 같은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므로 감물염색은 선호되었으며, 푸새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제주도의 감물염색이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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