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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제주도 전통 감물염색 시간대에 숨겨진 비밀
등록날짜 [ 2023년02월14일 12시07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천연염색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제주도 전통 감물염색 또한 오래된 역사만큼 제주도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므로 제주도의 정체성 함양은 물론 미래산업으로서 유망하나 과학적 접근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감물염색 시간대이다. 감물염색 경험이 많은 제주도 어르신들에 의하면 감물염색을 위한 감의 수확 시간대는 이른 새벽이었다.

감나무에 올라가서 밝은 쪽을 향해서 보았을 때 감의 둥그런 형체가 희미하게 느껴질 때이다. 감의 모양과 색채가 분명하기 느껴지기 이전의 시간대에 수확했던 것이다. 
 
이 시간대에 감을 수확해서 염색하는 이유에 대해 고0길 씨(1926년생, 2012년 7월 26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인터뷰를 함)는 “이른 새벽에 감을 수확해서 염색하면 색이 곱게 염색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에 대해 주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감물염색을 어느 정도 해본 분들도 이른 시간대에 염색한다고 해서 색이 곱게 염색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감물염색의 발색과 염색에 따른 천의 물성은 자외선, 온도, 수분, 염료(타닌 함량과 펙틴 함량 등), 염색 횟수 등과 상관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자외선, 온도 및 수분은 염색 시기, 날씨, 시간대에 따른 차이가 매우 크다.

그러므로 감물염색 천의 발색된 색깔과 물성에는 자외선, 온도, 수분, 염색 시기, 날씨, 시간대 등이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허북구 등. 2007. 자외선 조사가 발효 감물과 소목의 복합 염색한 직물의 발색에 미치는 영향. 한국원예학회발표요지 6:112). 
 
천연염색에서는 감물염색처럼 타닌계 염료를 이용하는 경우 염색 시기가 중요하다. 중국 광동성의 향운사 제조에서는 타닌계 염료의 발색과 물성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염색 시기는 햇볕이 아주 강한 시기를 피해서 한다.

일본에서도 감물염색을 할 때는 염료의 특성을 감안해서 염색 시기를 결정하고 염색한다. 향운사의 염색 시 한여름을 피해서 염색이 가능했던 것은 염료로 사용하는 서랑을 저장해두거나 필요한 시기에 수확해서 사용할 수 있고, 피염물은 견직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감물염색에서도 염색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은 감물을 발효해두고 필요한 시기에 염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전통 감물염색에서 감물의 염색 시기는 감의 수확기에 좌우된다.

감의 수확기가 한정되므로 염료가 준비되어 있어 아무 때나 염색할 수 있는 중국의 서랑, 일본의 발효 감물과는 달리 염색 시기의 조정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염색 시간대가 중요하다.
 
제주도 전통 감물염색에서 감은 새벽에 수확 후 곧바로 파쇄하여 염색에 이용했다.

그런데 제주도 “어른들에 의하면 수확한 감을 오랫동안 두면 열이 나서 염색이 잘 안 되고, 낮에 염색하면 검은색으로 변한다.”(이0성(1932년생, 2012년 10월 2일 제주시 삼양동에서 인터뷰를 함)라고 하였다.
 
낮에 염색하면 검게 염색된다는 이야기는 위의 이0성 어르신뿐만 아니라 여러 어르신이 어른 들로부터 들었다고 제보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낮에 염색해도 검게 변하는 일은 없다. 그런데도 제주도 어르신들이 사이에 그러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것은 염색물의 품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물염색 시 일정 온도까지는 온도가 높을수록 발색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으나 색깔은 탁해진다(허북구 등. 2007. 발효 감물로 염색한 면직물의 발색에 미치는 온도처리 효과. 한국원예학회발표요지 6:112). 제주도 전통 감물염색 시 감의 수확시기는 보통 음력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로 양력으로는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이다. 
 
이 시기에는 시간대에 따라 광과 온도 변화가 심한데, 감물을 흡수시킨 천을 12시에서 14시 사이에 햇볕에 노출시켜서 발색하면 햇볕이 강하고 온도가 높아 8시에서 10시에 발색시킨 것 보다 빨리 건조되고 발색이 빠르게 되나 탁해진다.

이것은 광의 영향(하수영, 장정대. 2013. 감물 분말 염료의 제논광에 의한 면직물의 발색 효과. 한국염색가공학회지 25(1):56-64)과 함께 온도의 영향이 크다. 
 
만약에 견직물에 감물을 흡수시킨 뒤에 7시에서 9시 사이에 초벌로 천천이 건조시키면 섬유의 손상률이 낮으나 12시에서 14시 사이에 햇볕에 노출시켜서 발색시키면 섬유가 급격하게 수축이 되면서 손상을 입게 된다. 손상 정도가 심한 것은 육안으로도 뚜렷하게 구별이 될 정도이다(허북구. 2013. 감물염색의 이론과 실제. 세오와 이재). 
 
제주도 전통 감물 염색에서 염색 시간대는 위와 같이 천의 색깔, 물성에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제주도의 선조들은 그것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그리고 이른 새벽에 감을 수확하여 염색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전해져 왔다.

오늘날은 저장한 감물이 유통되면서 감물의 염색 시기가 폭넓어져 예전처럼 염색 시간대의 중요성이 덜해졌다.

그러나 감물염색에서 염색 시기와 시간대는 견직물 등의 염색 시에 매우 중요하므로 조상들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과 활용 필요성에 대한 유효성이 여전히 크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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