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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제주도 봇디창옷과 감물염색 천 기저귀
등록날짜 [ 2022년12월26일 11시14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마의태자(麻衣太子)는 신라 56대 경순왕의 태자이다.

그는 신라가 고려 태조 왕건 세력에 항복을 논의하자 이를 반대하고, 개골산(皆骨山: 金剛山)에 들어가 삼베옷(麻衣)을 입고 초근목피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삼베문화는 마의태자 이야기 외에 장례 등 생활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관습이 있다.
 
삼베가 장례식에 사용되는 문화중 대표적인 것은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소수 민족인 묘족(苗族, 먀오족)과 이들이 태국, 라오스, 베트남으로 이동한 흐몽족(Hmong)의 관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묘족(베트남 등지에서는 흐몽족으로 불린다)의 삼베 수의(壽衣)는 삼베와 관련이 있는 묘족의 탄생 신화와 관계가 깊다. 즉, 묘족의 전통에서는 고인이 삼베옷을 입지 않으면 사후 세계에 있는 조상들이 고인의 영혼을 받아들이길 거부한다는 믿음이 있다.
 
묘족들은 우리나라에서 삼베를 짜는 방식과 비슷하게 짠 삼베를 짜고 천연염색과 자수를 놓아 장의 외에 출산, 결혼 등 중요한 행사용의 옷을 만들어 입는 문화가 있었는데, 이것은 일종의 종교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삼베가 종교의식처럼 사용된 문화는 노르웨이 전통 민속에서도 있었다. 기독교 이전의 노르웨이에서 삼(대마)은 삶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며, 출생과 장례를 위한 옷으로 사용되었다. 노르웨이의 바이킹 시대에 삼은 밧줄 혹은 돛의 재료로 긴 항해에 중요시됐고, 이는 묘족의 삼베문화와 같이 종교의식처럼 사용되었다. 
 
묘족(흐몽족)과 노르웨이의 전통문화에서 나타나는 삼베의 이용문화는 제주도 전통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봇디창옷이다. 제주도에서 봇디창옷은 봇디적삼, 봇디저고리, 봇뎃저고리, 봇데옷, 태적삼, 붓데옷, 베부레, 붓딧저고리, 봇됫적삼, 됫적삼으로도 불리었으며, 삼베로 두루마기 모양으로 만들어 갓난아기에게 입혔던 홑옷이다. 
 
삼베 재질의 봇디창옷은 과거 제주도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목욕시킨 후 보통은 3일간, 길게는 보름 정도 통과의례로 입혔던 옷이다. 옷의 형태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창옷과는 달리 저고리 모양이되 소매가 손보다 길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서 갓 태어난 아이에게 까슬까슬한 삼베로 만든 옷을 만들어 입히는 이유는 묘족의 탄생 신화와 노르웨이 종교적인 관습이 배경으로 되었던 것과는 달랐다.

제주도의 어르신들에 의하면 “삼베로 만들 옷을 입히면 베의 까슬까슬한 것이 몸을 긁어 주어서 아이들이 커도 몸이 근지럽지 않다고 해서 입혔다”라고 했다. “아이들은 등허리를 긁지 못하므로 거친 베로 옷을 만들면 움직일 때 등허리가 긁어지고, 피부병이 안 생긴다고 해서 입혔다”라는 이유도 있었다. 
 
“소매를 길게 한 것은 손으로 긁지 못하게 하기 위한 의미에서였다”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가 실제와는 차이가 있고,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어도 봇디창옷을 입히는 목적은 종교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현대 과학에 의하면 제주도 어르신들이 갓난아이에게 삼베옷을 입히면서 소망했던 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거친 물질은 발진, 피부 감염 및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으나 삼베는 항균력이 강해 아기의 피부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통기성이 좋아 여름 동안 아이를 시원하게 해주고, 오줌 냄새 등을 제거한다. 수분 흡수력이 좋아(삼베 부피보다 최대 5배까지 수분을 흡수) 장마철에 좋고, 아이의 땀을 흡수해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 직조에 따라서는 겨울에 보온 효과가 좋아 외국에서는 기저귀로 상품화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봇디창옷은 주로 3일간만 입혔기 때문에 숭덩숭덩 만든 경우가 많았으나 사용하고 난 이후에는 애기구덕의 깔개로 재활용되었다. 행운을 부르는 물건으로도 사용되어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잘 키운 집의 봇디창옥을 빌려다가 입히기도 했으며, 시험 보러 갈 때 보관해 둔 봇디창옷을 가져가거나 빌려 갖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과거 제주도에서 감물로 염색한 갈천은 삼베처럼 까슬까슬한데도 갈천을 지성귀(제주도에서는 기저귀를 지성귀, 지성기, 지생이로도 불렀다)로 많이 이용되었다. 갈천 기저귀는 갈천을 찢어서 사용하거나 오래된 갈중이를 잘라서 이용했다(허북구, 박지혜. 2013. 근대 제주도의 감 문화와 감물염색. 세오와 이재).

그 이유에 대해 천이 귀중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갈천을 기저귀로 사용하는 아기가 오줌을 싸도 덜 축축하고 습진 같은 피부병이 없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었는데, 갈천에는 실제로 그러한 효과가 있다.
 
제주도에서 까슬까슬한 감물염색 천 기저귀가 사용된 문화는 종교적 의식이 배제된 제주도의 삼베 봇디창옷처럼 천의 기능적 특성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효과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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