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나카 아야 염색작가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타이난=야마나카 아야]바나나섬유와 천연염색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의 공예 및 염색 전문가인 야마나카 아야(山中 彩)씨가 기고한 글을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 국장이 번역했다.
글쓴이 야마나카 아야(山中 彩, Aya Yamanaka) 씨는 2017년에 일본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 공예과 염직전공을 했다. 현재 대만 타이난예술대학응용예술학과 섬유전공 석사 과정에 있으며, 염색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주)
■ 베트남 북부의 사파를 가다 일본 오키나와의 염직공방 바나나네시아(バナナネシア) 주최자 후쿠시마 야스히로(福島泰宏)씨와 현대 미술가 엔도 카오루(遠藤 薫)씨가 중심이 된 바나나 섬유 연구팀에 합류하게 되어 2019년 9월에 베트남 북부에 있는 사파(SAPA)에서 소수민족 마을을 방문했다.
처마 끝에 널어놓은 쪽염색 천
베트남 사파(SAPA)는 프랑스 통치하에 있었던 1880년대부터 프랑스의 피서지로 번영했으며, 인근 소수 민족(자오족, 몽종, 타이족) 교역의 장이되었다. 해발 1.600m의 아름다운 계단식 논이 펼쳐져있는 지역에서는 트레킹을 목적으로 한 관광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파 방문 1일째에는 시내 관광을 했다. 도시 중심에는 프랑스 건축 양식에 많았으며,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거리에는 의복의 섬유 재료와 염색 및 문양이 독특산 사람들도 보였으며, 산간 지역에 흩어져있는 마을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쪽 염색 천 등을 판매하는 곳들이 있었다.
산간 지역 마을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
엔도 카오루씨는 사파에서 현지 안내인을 구했다. 그 다음 마을을 4개 정도 통과하고 마지막 마을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 6명이 숙박한 곳은 관광객을 위해 음식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우리 일행은 식사를 하고 나서 Happy water라는 소주를 마셨다. 이 소주는 옥수수로 만든 것으로 각 마을에서 만든다고 했다. 맛은 일본의 쌀 소주와 비슷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소주는 쪽을 발효시킬 때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 쪽 염색 천, 양포를 만드는 마을 사파에서 1박을 하고 둘째 날은 엔도 카오루씨가 예전에 대마 직물과 쪽염색을 조사하고 교류했던 마을을 방문했다. 그 마을은 중국 국경지대로 몽족 마을이었다. 쪽 염색을 하고 있는 곳에서는 양포(亮布)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양포(亮布)는 주로 중국 마오족(苗族)들이 쪽 염색을 하고 나서 말린 후 계란 흰자위, 소 아교 등을 칠한 후 방망이로 두들겨서 천의 표면이 오랫동안 광택이 유지되도록 한 천이다. 엔도 카오루 씨에 의하면 2018년에 방문했을 때는 실을 만드는 기구도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는 염색, 직조, 주조, 목수 등의 일을 분업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여성들에게는 가축과 벼농사, 가사 외에 자수가 권장되고 있었다.
■ 쪽 염료와 염색 쪽 식물은 집주변에서 재배하고 있었다. 쪽염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석회는 사파 보다는 북부의 라오까이에서 구입하는 것 같았다. 쪽을 발효시킬 때는 소주(Happy water)도 항아리에 함께 넣었다. 소주는 전날 숙소에서 마셨던 옥수수로 만든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쪽을 발효 환원시킬 흑설탕, 아와모리(泡盛, 오키나와 특산 소주)를 넣고, 때로는 벌꿀을 넣는 것과 유사한 것이었다.
쪽을 발효 환원하기 위해 조제하는 과정에서 ‘돈’이라 불리는 활엽수 잎을 항아리에 잔뜩 넣는 것도 특별했다. ‘돈’이라는 나무를 넣음으로서 발효 환원이 잘 된다는 것이었다. 염색은 각 지역에 있는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달해 왔다는 점에서 ‘돈’ 나무의 사용은 그 지역 사람들의 지혜라고 생각되었다.
쪽 식물은 민가 주변에 자생하고 있었다.
쪽을 발효 환원할 때 사용하는 ‘돈’이라는 활엽수
■ 쪽 염색 천의 연마 쪽 염색 천은 평평한 돌이나 나무 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 위에 긴 나무 또는 돌을 올려놓고 양쪽을 발로 밟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섬유를 연마하고 있었다.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서 해 보았는데, 보기에는 간단해도 쉽지가 않았다. 연마 기술과 쪽 염색 천은 중국 마오족의 양포(亮布)와 흡사했다. 조사를 했던 마을은 베트남 블랙 몽족으로 이들은 중국에서 남하한 민족인 것과 관련이 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쪽염색 천을 연마하기 전에 밀랍, 달걀 흰자위, 돼지 피, 소 아교 등을 바르는 문화와 함께 사파에서 연마하는 것은 방풍의 필요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방문했던 사바의 블랙 몽족 마을은 고원으로 겨울에 눈이 내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발효 환원이 된 쪽염료
엔도 카오루씨에 의하면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파초포(바나나 섬유)로 만든 배의 돛에는 돼지의 피를 발라 통기성을 막아 바람이 잘 받을 수 있도록 한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쪽염색 천에 표면 처리와 연마를 하는 것은 바람의 통풍을 막고, 천의 수명을 길게 하며, 방수처리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파에서는 연마를 마친 쪽염색 천에 자수를 놓기도 한다. 필자가 사파에서 구입한 쪽염색 천에도 자수가 되어 있는데, 이것은 방한성이 낮은 대마 직물의 방한성 향상, 천의 수명 연장과 함께 장식성, 상징성 문화의 소산인 것으로 여겨졌다.
쪽염색 천을 연마하는 모습
사파에서 구입한 블랙 몽족의 천
■ 감사의 글 베트남 현지 취재는 염직공방 바나나네시아(染織工房バナナネシア, http://banananesia.official.jp) 대표 야스히로(福島泰宏) 씨, 현대 섬유공예가 엔도 카오루 씨(遠藤 薫, https://www.kaori-endo.com)와 베트남 현지인으로 하노이의 패션 디자이너 Vu Thao 씨( kilomet109 대표, https://www.kilomet109.com)씨에게 감사를 드린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