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조영준 대표기자]10월의 마지막날 부산에 있었다.
부산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가 열려 신발과 섬유패션 업계의 유력 인사들도 부산으로 많이 내려 왔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때 모친상을 당해 부산으로 내려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범한 인권 변호사였다면 주변의 친지들과 친구들, 변호를 해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먼길 가시는 고인을 추모했겠지만 대통령이였기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았다.
뉴스에는 정치인 몇분이 조문 한 것으로 비춰졌다.
전시장에서 필자는 문 대통령의 친구이면서 우리 업계의 단체장을 맡고 있는 한 분을 만났다.
상가에 조문을 갔는지 물었다. "가 보려고 했으나 주변인들을 철저하게 봉쇄해 못갔습니다"라는 답변이였다.
문 대통령이 워낙 철저하게 주변인들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 조차도 가까이 갈 수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과거 정권에서 주변의 친인척, 지인들로 인해 빚어진 여러가지 구설수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필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에 조문을 가셨으면 우리 업계의 어려움을 대통령께 전달할 수 있었을텐데...제조업이 어렵다 하니 대통령께서는 삼성과 현대차만 가시던데 대구나 경기도의 염색공장을 한번 가 보시라 조언도 좀 해 주시고... 우리 업계 기업들이 문을 많이 닫고 있다는 것도 알려주시고 대책도 좀 세워 달라 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저런 얘기들을 쏟아 냈지만 허공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
그 단체장은 아쉬움을 표하는 필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을 만나도 과거처럼 우리 업계의 애로사항이나 요구사항을 전달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잖습니까"
그의 말대로 업계는 이제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이 많지만 과거처럼 어디에다 구원을 요청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 듯하다.
단체장을 통해서라도 업계 상황을 제대로 전달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여의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경하면서 이런 생각도 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친구들을 좀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부작용도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도 입에 발린 얘기만 해주는 이가 있지만 진솔된 얘기를 해주는 이도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청와대의 높은 담장과 주변 측근들에 둘러 쌓여 대통령은 아마도 밑바닥의 얘기는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자리 인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상가(喪家)는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정치권 인사들 보다 밑바닥 얘기들을 친구들로부터 들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