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배 군장대 교수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윤성민 기자]섬유패션산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경기침체, 수출 감소, 생산성 저하는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외적인 우호 환경 조성과 함께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개발이 선행되고, 성과가 빠르게 산업현장으로 전이돼야 할 것이다. 그러한 순환구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구개발 현장을 찾아가 내용과 성과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로 전라북도 군산시에 소재한 군장대학교 패션산업학과 전양배 교수를 만났다.
■ 소개해 주실 연구 과제 주제와 내용은? -“2018 주중한국대사관 국경절 기념 전양배 한지패션쇼”이다. 주중한국대사관이 주관한 행사로 2018년 10월 11일에 국경절과 국군의 날 기념 패션쇼로 개최됐다. 패션쇼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한지 의상의 친환경성과 조형미를 ‘한국의 자연미’라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한국의 자연과 예술, 건축 등 다양한 주제를 10개의 스테이지로 해서 의상 70벌에 표현했다. 의상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현대적인 라인에 한국적인 깃과 무 그리고 여밈 등의 디테일을 가미해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반영되도록 했다. 한지는 염색이 잘 되며, 고유성, 간편성, 독특한 표면 재질감, 조형성 및 장식성이 강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의상 소재이다. 염색한 것을 잘라 붙이는 것만으로도 색상 대비가 되고, 컷팅기법, 레이어기법, 줌치기법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가 있다. 연극 멕베드에 사용되는 갑옷을 만들 경우 쇠나 가죽 대신 닥섬유를 활용하면 시간과 경제적으로 효과적이다. 성형이 쉬우며, 마르면 단단하면서도 가벼워 착용감이 좋다. 색을 칠하면 금속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활용도가 아주 높다. 2018 주중한국대사관 국경절 기념 패션쇼에서는 한지의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활용해 의상을 만들었고, 선 보였다.
2018 주중한국대사관 국경절 기념 전양배 한지패션쇼 장면
■ 해외에서 개최한 한지 패션쇼의 성과는? 지금까지 중국, 일본, 미국, 브라질 등에서 20여회에 걸쳐 개인 한지 의상 패션쇼를 했다. 패션쇼를 했던 곳들은 달라도 현지인들의 반응은 공통적으로 매우 좋았다. 그 이유는 한지 의상이 갖는 패션 산업적 가치와 함께 문화적 차별성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한지 의상에는 장식적인 환상성, 간편성, 친환경성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배어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자 다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현재, 고유의 언어를 갖고 있는 나라들은 많지만 우리 한지처럼 고유의 종이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에서 한지는 예로부터 책, 창, 문, 벽지, 장판, 포장지 등 생활 속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정서가 많이 배여 있지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런데 많은 나라에서 한지 의상 패션쇼를 한 결과 현지 사람들은 한지 의상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느끼고, 환호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해외에서 개최된 한지 패션쇼는 한지라는 소재가 한국 고유의 소재이자 패션 상품으로서 국제 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 한지 수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조선 말기의 문신 이유원의 수록류를 모아 엮은 책인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종이 수의(壽衣)의 사용 기록이 있다. ‘지골 만복(紙骨萬福)’이라 해서 한지로 뼈를 싸면 복이 온다는 말이 있고, 지의(紙衣) 입히기라고 해서 염을 할 때 종이로 시신을 싸주는 과정이 있다. 한지는 생분해가 잘 되어 수의로써 기능성이 높다는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다. 한지 수의의 또 다른 장점은 현재 대두되고 있는 아름다운 죽음과 관련시킬 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 이전까지만 해도 보통의 생활복이 수의로 사용되었으므로 수의를 예쁘고 깨끗하게 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지는 삼베처럼 소색이 아니고 흰색이기 때문에 수의의 몸판에 문양을 넣거나 색상 표현을 하면 심미성을 높일 수가 있다. 심미성이 높은 수의는 유족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장례문화의 새로운 트렌드인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요구에도 적합한 아이템이다. 전통산업의 육성 차원에서도 가치가 크다. 수의 한 벌에 들어가는 한지 양은 장지 기준 60장 정도이다. 수의 시장의 1%를 한지 수의로 대체하면 한지 공장 1개소가 필요하다. 수의 제작을 위한 삼베가 90%이상 수입되는 현 실정을 감안하면 수입 대체효과를 이루면서 전통 산업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한지 수의의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 한지 패션과 관련해서 앞으로 계획은? 한지 웨딩드레스, 한지 수의, 한지 소품 등의 활용성 향상과 한지의 물성을 근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연구 비중을 두고자 한다. 닥섬유는 가공이 쉽고 채색이 자유로워서 유행색의 표현이 쉽다. 또 가볍고 기존의 보석과도 잘 어울려 쥬얼리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차별화된 한지 소재를 개발하면 시장에서 한지 쥬얼리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돼 쥬얼리 소재 부분 또한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한지 의상을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보급 하는데도 노력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한지 의상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용 공관을 확보하려고 한다. 한지 의상은 창의적 발상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높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 및 보급할 계획이다.
-전양배 교수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자인공예학과 박사를 졸업했으며, 전주패션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장대학교 패션산업학과 교수로 패션산업 교육을 해오고 있다. 동시에 ’05 일본 아이치엑스포 초청 ‘아이치 엑스포 전양배 한지패션쇼’, 10 중국상해엑스포 초청 ‘상해엑스포 전양배 한지패션쇼’, ‘14 군산-타코마 자매도시 35주년기념 초청 ’타코마, 시애틀 전양배 한지패션쇼‘, ‘15 대통령순방기념 ’상파울루 전양배 한지패션쇼‘, ’18 주중대사관 초청 ‘북경 전양배 한지패션쇼’ 등 20여회에 걸쳐 개인 한지 패션쇼를 해오는 등 꾸준하게 한지를 소재로 한 의상과 쥬얼리 등의 개발과 보급을 해 오고 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