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국장]최근 미스코리아(약칭 미코) 대회의 한복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기품 있고 우아해야 할 한복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이었다. 여론은 “한복에 대한 모독”,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먼 천박한 느낌”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우리 옷은 적당하게만 만들어도 아름다운 옷인데, 너무 눈살 찌푸리게까지 만들지 않고 생각을 하면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된 한복을 디자인한 김예진 디자이너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쇼를 만들자는 생각이었고, 한복의 세계화를 위해 누군가는 한 발 더 앞서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무대와 작품에 따라 한복 디자인을 다르게 한 것일 뿐이다. 우리 한복 의상은 아름답고 고귀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팔리지 않는다. 한복 소재로 옷을 만들어도 해외 파티 등에서도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디자이너의 인터뷰 내용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다. 김예진 디자이너가 그동안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통적인 한복에 대한 역량과 아름다움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이너의 의도에 일리가 있음에도 부정적인 여론이 다수인 것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의상을 지나치게 한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다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한복 전문가들은 논란이 된 이번 의상에 대해 한복을 모티브로 했을 뿐 한복이 아니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이다. 하여 한복의 선정성 이전에 한복인가 아닌가라는 논란부터 있어야 했다. 한복이 아니라면서도 선정적인 한복이라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이 발생한 데는 한복의 범주에서 벗어난 의상이라는 평이 많은 의상에 대해 지나치게 한복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한복에 대한 스펙트럼이 좁아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에까지도 전통 한복에 대한 인식이 적용되어 감성 및 이미지 충돌이 빚어낸 괴리감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방송국이나 디자이너 측에서 처음부터 한복을 모티브로 만든 의상일 뿐 한복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패션측면에서 한복에 대한 재인식과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한복은 현재 패션보다는 전통 문화와 공예라는 측면에서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복 관련 기관인 ‘한복진흥센터’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조직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복 착용자의 고궁 무료입장에 따른 한복 기준 논란의 주무부서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문화재청이다. 한복과 관련해서 이뤄지고 있는 행사의 지원 또한 패션섬유산업의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보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이다.
한복은 전통 문화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복식이자 정체성이 담겨있는 것이 한복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복에 대한 스펙트럼도 전통복식이라는 좁은 틀에만 가둬 놓아서는 안 된다.
한복이라는 자원이 세계화되고, 산업화가 되려면 전통 한복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통 한복과는 별도로 패션 측면에서 때와 장소 및 대상자에 맞는 디자인이 개발되거나 모티브로 활용되고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와 치열한 패션 아이템의 싸움 속에서 한복은 우리가 태생적으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 아이템에 대해 전통문화와 공예라는 인식만으로 일관하다가는 해외 디자이너 및 업체에 뺏길 수 있다. 패션계는 방관자 입장에서 벗어나 패션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한복에 대응하고 활용해 산업적으로 규모화 시키고, 자산화를 했으면 한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