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세계한인무역협회 9통상 위원장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대구=원유진 기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어느 노회한 기업가의 자서전 제목보다 정확히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또 있을까?
지난 7일 경북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섬유박람회인 프리뷰인대구(PIS)에서 만난 임혜숙 세계한인무역협회(www.okta.net) 9통상 위원장은 호주와 중국, 한국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에도 스와치 한 쪽, 샘플 한 장 놓치지 않기 위해 형형한 눈빛으로 분주히 전시장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올해부터 섬유·패션 산업이 속한 9통상을 이끌고 있는 임 위원장은 “전 세계가 대형과 표준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한국 문화에 이어 한국의 패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원 오브 뎀(One of them)’ 아이템이 아닌 한국만의 차별화된 ‘온리 원(Only one)’ 제품의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상황의 ‘명’과 ‘암’을 정확히 객관화한 분석. 이방인으로서 오랫동안 글로벌 비즈니스 야전을 누비며 체득한 탁견(卓見)이었다.
전 세계 147개의 지회를 통해 K패션의 유통을 기획하고 있는 그에게 세계한인무역협회의 신사업과 더불어 한국 섬유·패션 산업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대해서 들어봤다.
■ 대중 일반에게 세계한인무역협회는 낯선 이름이다. 협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세계한인무역협회는 1981년에 100여명의 해외 거주 한인 사업가들로 시작해 2019년 현재 74개국에 146개의 지회와 7000여명의 재외동포 CEO들이 활동하고 있는 재외 동포 경제인 단체이다. 또한 매년 각 지회에서 열리는 차세대 무역스쿨을 통해 양성한 차세대 동포 경제인 2만여명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세계한인무역협회의 핵심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모국(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무역 증진 및 해외 시장 진출에 기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사회에서 회원 상호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한인 동포 경제인들의 정보 교류도 돕고, 한민족 경제 공동체로서 대한민국의 제품을 전 세계 판매하는 무역의 첨병 역할도 맡고 있다.”
■ 현재 섬유·패션 부문이 속한 9통상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재임 기간 중 위원회가 거둔 성과를 소개한다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147개 지회 중 한 곳인 호주 시드니 지회의 지회장 직을 맡았고, 올해부터 14개 통상 분류 중 섬유·패션 산업이 속한 9통상 위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9통상이 그동안 회원들 간의 네트워크는 상당히 강화 되었는데, 실질적으로 회원들간의 비지니스 협업으로 나온 성공 사례가 다소 부족했다.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 현재 국내 섬유-패션 산업은 생산원가 증가와 유통환경 변화, 소비심리 위축 등 악조건으로 인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9통상 위원장으로서 국내 섬유-패션 산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국내만 아니라 전 세계가 만성화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생산원가가 증가했고, 쌓아 놓고 팔던 미국도 이제는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는 긴축 경제로 바뀌었다. 인터넷으로 인해 전 세계 소비자는 보다 싼 물건을 실시간 비교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소비 패턴도 여행이나 먹거리, 자기 개발 제품 등의 구매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 섬유 패션 산업이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시장의 다변화, 디자인의 유니크, 소재의 다양함, 중국이나 미국이 카피할 수 없는 우리만의 디자인과 제품으로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역동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제품들로 승부해야 한다.”
■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이를테면 경험이 풍부한 원단을 만드는 회사는 중고등학생들의 색감이나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새로운 디자인의 원단을 만들고, 디자이너들은 그 원단으로 타깃층을 잡고 의류를 제작해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해외에 판매한다면 원단 회사도, 재능이 있는 학생들도, 디자이너들도, IT 관련자들도, 유통 업체나 물류업체까지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새로운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중국이나 미국이 아닌 제 3 국가들까지 영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한국은 K팝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높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문화와 제품을 함께 팔아야 할 때다. 생산과 제조가 아닌 창조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 위원장께서는 자연인으로서도 현재 의류 사업을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안다. 사업가로서 보는 K패션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국 제품이 좋은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누구나 한국 패션의 디자인과 색감, 원단은 인정한다. 하지만 글로벌 성공을 위해서는 경쟁력은 더 키워야 한다. 서양인에 맞는 사이즈 스펙, 그리고 그 나라에 판매 시 필요한 워싱택은 기본이고,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컬러를 연구해야 한다. 만약 호주를 타킷으로 한다면 양국 패션스쿨의 협업으로 호주인들이 선호하는 색감을 찾아, 그 에 맞는 스펙으로 옷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현지 소비자들의 동의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 해외 시장에 진출했거나 혹은 예정하고 있는 국내 섬유·패션 기업에게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진출할 나라의 좋은 파트너를 구하라. 각 국가마다 선호하는 컬러와 스타일이 있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코드다. 서울에서 유행한 아이템이라해도, 타국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을 수 있다. 소품다량의 큰 오더보다는 다품소량의 적은 오더라도 지속적으로 여러 나라에 판매할 수 있는 유통 루트를 잡는 게 중요하다. 전 세계 147개의 지회가 있는 세계 한인무역협외에는 그 나라에서 30년 이상 살며, 그 나라의 언어를 말하고, 그 나라 사람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들의 2세들은 문화적으로는 그 나라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들과 손을 잡고, 그 나라에 진출하기 바란다.”
■ 9통상 위원회의 향후 사업 전개 계획은 무엇인가.
“9통상은 의류 원단, 제조, 유통 등 3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는 대기업에서 오더 받아서 옷만 잘 만들어서 팔면 되는 시대가 지났다. 9통상은 그래서 11통상(전자상거래, 종합무역), 10통상(물류)과 함께 섬유·패션 제품 판매를 다각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원단으로 한국에서 디자인한 옷을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판매하는 시대. 147개의 도시에 있는 147명의 CEO들이 한국 제품을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 판매하는, 말 그대로 글로벌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을 한국의 파트너와 시작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어떤 단체?
1981년에 설립된 세계한인무역협회는 모국의 경제발전과 수출촉진을 위해 활동해 오고 있으며, 720만 재외동포 중 최대의 한민족 해외 경제네트워크로서 전 세계 74개국 147개 지회에 7,000여명의 재외동포 CEO들과 차세대 경제인 2만 여명으로 구성된 재외동포 경제인 단체이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