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원유진 기자] 트렌드의 성지로 꼽혔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 오랜 정체를 뒤로하고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패션에 국한됐던 분위기를 탈피하고, 라이프스타일, F&B 등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맞춘 힙한 매장이 지속 유입이 되고 있기 때문. 특히 ‘세로수길’ ‘나로수길’ 등 높은 임대료를 피해 가로수길 옆으로 난 골목 상권에 개성 있는 가게가 늘어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가로수길 부활의 핵심을 ‘GAROSU(가로수)’라는 용어로 제시했다.
우선 ‘G’는 가로수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베이커리(Gourmet Bakery)를 상징한다.
가로수길의 베이커리 매장은 기존 프랜차이즈 빵집과 차별화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로수길의 ‘아우어베이커리’는 ‘더티초코’ ‘누텔라 바나나’ ‘버터 프레첼’ 등이 인기 메뉴다. 커피는 물론 빵과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세로수길 한 켠의 ‘연립빵공장’은 인증샷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팡도르’와 ‘앙버터’가 인기 메뉴다. 다세대 주택을 개조해 빈티지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에선 지난 3월 영국 향수 브랜드 ‘조말론’의 잉글리쉬 필드 컬렉션 론칭 행사도 열린 바 있다.
‘A’는 메인 상권을 피해 확산되고 있는 이면도로의 세로수길 상권이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이를 ‘골목의 시대(Age of the Path)’로 표현했다. 메인 도로보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세로수길과 나로수길은 모두 가로수길에서 착안해 탄생한 이름이다.
세로수길과 나로수길에 위치한 매장의 특징은 조그만 간판과 보일 듯 말 듯한 매장 입구다. 때문에 방문객들은 핵심 상권의 대형 매장과 달리 주의를 기울여 매장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호기심이 증폭되고 소비자들은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느낀다.(Rediscovery of Hidden Stores) 결국 이 새로운 경험이 가로수길의 부활을 이끄는 요소 중 하나인 ‘R’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수의 가로수길 상권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장에 브랜드 감성과 어울리는 별도의 F&B 공간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Offering F&B for Fashion: F&B를 ). 4층 규모의 메종키츠네 플래그십스토어에는 1층에 ‘카페 키츠네’가 입점돼 젊은 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요가웨어 브랜드 ‘뮬라웨어’는 도심 속 휴양지 콘셉트의 ‘카페 뮬라’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유통업계의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매장들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Showroom of New Lifestyle).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감성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부터 국내외 신진 디자이너의 독특한 편집숍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스웨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그라니트’는 지난 달 나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라이프스타일과 더불어 가로수길 일대가 스포츠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이를 ‘Upgraded Sports Platform’으로 평가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브룩스러닝’은 러너들을 위해 매장 내 모임 공간과 라커룸을 제공하고 매주 화요일에는 전문적인 러닝 자세 교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매주 트레이닝과 러닝을 결합한 ‘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강시민공원과 인접한 가로수의 지리적 특징을 활용해 스포츠 브랜드가 고유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한동안 주춤했던 가로수길이 패션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F&B 등 트렌디한 콘텐츠로 활력을 띄고 있다”면서 “소비 주축인 밀레니얼· Z세대의 취향과 이목을 사로잡는 브랜드가 미래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