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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봄날의 소확행, 어글리 슈즈 하나면 족하다
등록날짜 [ 2018년04월11일 15시14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한인숙 기자]피었는가 싶으면 어느새 지는 게 봄꽃이다.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은 봄꽃의 여정은 얼핏 패션 유행의 속성과도 닮은 것 같다.

짧디짧은 봄꽃의 여정에 비하면 패션 유행의 여정은 훨씬 더 길고 변화의 폭도 다양하지만 특정 시기, 매우 짧은 기간 동안 머무르며 큰 사랑과 주목을 받는 점은 유사하다.

여느 봄처럼 올 봄에도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봄꽃처럼 패션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트렌디한 패션이 나타났다.

복고풍의 열풍을 타고 새로운 유행 패션으로 등극한 것은 아웃도어 아이템을 일상복과 매치해서 입는, 일명 못생긴 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아재패션’이다.

아재패션의 대표적인 스타일은 ‘고프코어(Gorpcore)룩’이다. 고프(Gorp)는 그래놀라(Granola)와 귀리(Oat), 건포도(Raisin), 땅콩(Peanut)의 약자로, 하이킹이나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간식으로 즐겨 먹는 믹스 견과류를 뜻한다.

고프코어 룩 스타일은 여러 종류의 견과류가 섞이듯 다른 장르의 옷을 믹스해 입는 것으로, 정장 위에 화려한 컬러의 바람막이 점퍼를 겹쳐 입거나 하늘거리는 치마에 둔탁한 등산화를 신는 식이다.

무심한 듯 자연스러운 룩을 추구하는 놈코어 스타일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편안함과 재미, 엉뚱한 디자인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올 봄 고프코어 룩을 대표하는 핫 아이템은 어글리 슈즈다. 아빠들이 마트 갈 때 신는 못생긴 운동화를 닮았다고 해서 ‘대디슈즈’ 라고도 불리는 어글리 슈즈의 디자인은 낡고 투박함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그 인기는 가파르다. 나이키, 휠라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이 이미 어글리 슈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을 정도로 패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고프코어 룩 트렌드는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 개인의 행복한 삶을 중시하는 사회,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옷을 어떻게 입고 즐길 것인가에 대한 태도 및 생각을 바꾸었다는 점에서 고프코어 룩은 패션시장에서 새로운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패션의 완성은 구두다”. 지금은 화석어처럼 들리는 말일지 모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옷을 갖춰 입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기본 정보였다.

물론 구두는 멋진 옷차림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패션 아이템이었다.  

정장 차림에는 구두를 신는 게 패션의 예의였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발가락이 변형되고 다양한 척추질환에 시달리는 혹독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키가 커 보이게 하고 몸매가 늘씬하게 보이게 하는 굽 높은 하이힐을 고집할 정도로 구두에 대한 사랑이 컸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지켜온 패션의 예의가 깨지고 절대 변할 것 같지 않은 여성들의 하이힐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패션 트렌드의 변화였다.

어느 책에 쓰여 있는 말처럼 “오늘날은 혁명적 변화가 상시화된 사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어느 순간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패션의 기본과 예의를 모르는 패션 테러리스트의 착장법이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인식되는 변화에 이어 이제는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어글리 슈즈와 화려한 바람막이를 조합한 정장 차림이 가장 트렌디한 패션이 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오는 미세먼지와 황사 속에서도 봄꽃의 자태는 여전히 고운 봄날, 옷장 속이나 신발장 속 유행 지난 바람막이 점퍼나 오래되고 투박한 운동화 하나 꺼내어 올 봄의 트렌드를 누려보는 것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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