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원유진 기자] 만성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에도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중은 2010년 전체 가구 중 17.4%에서 2012년 17.9%로 늘었고, 2015년에는 21.8% 수준까지 증가했다. 다섯 집 건너 한 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출산율은 감소하는 반면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동물을 인생의 ‘반려자’로 여기는 분위기도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규모도 커지고, 분야도 다양해졌다.
올 초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조900억원으로 집계됐고, 2020년에는 5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펫코노미’로 불리는 반려동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자연스레 ‘펫셔리(PET+LUXURY)’로 불리는 고가 제품에 대한 니즈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펫 용품 시장은 여전히 비브랜드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만큼 제도권 브랜드가 출시한 펫 용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반려동물 시장은 매출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패션 브랜드에게는 저비용 고효율의 니치마켓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
지난 2008년 루이비통(루이뷔통)은 한국 시장에서 300만원에 육박하는 애견용 이동가방(Dog Carrier 50)을 선보였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외환위기로 인해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개나 고양이를 위해 수백만원 대 럭셔리 브랜드 용품을 구입한다는 건 사회적으로 쉽게 동의를 얻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펫 라인 출시를 망설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1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동물을 대상화하는 ‘애완동물’이란 용어 대신 수평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반려동물’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만큼 문화수준이 높아졌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국내 가구 비율이 28.1%에 이를 만큼 성장했고(농림식품부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의 급증하면서 펫을 위한 지출 규모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시장이 형성되면, 그 안에서 계층을 세분화해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반려동물에 쏟는 애정과 정성이 커지는 만큼 ‘펫셔리’ ‘펫부심’ 등 대중의 펫 브랜드에 대한 니즈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현대 백화점 무역점 등 명품 백화점들은 럭셔리 펫 용품점을 입점시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펫용품을 전시, 판매하는 ‘펫 페어’를 일주일간 성황리에 진행했다.
내셔널 브랜드로는 LF의 헤지스 액세서리가 2014년 애견 라인 ‘헤지퍼피’(당시 ‘헤지도기’)로 시장에 첫 선을 보였고, 올리브데올리브가 지난달 패션업계 최초 펫 단독 브랜드 ‘미밍코’를 론칭해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시장의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 매력적인 니치 마켓을 향한 패션기업들의 더 많은 도전을 기대해 본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