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원유진 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예년 이맘때면 중추절 대목에 콧노래를 불러야 하지만, 중국 관광객 감소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커 상권의 핵심인 명동은 롯데와 신세계 백화점은 물론 패션-코스메틱 로드숍의 매출도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롯데는 사드부지 제공으로 인해 중국발 ‘안티 롯데’ 여파가 국내까지 미쳐 심각한 매출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의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5%이었지만, 사드보복이 거세진 지난 2분기에는 1.1%로 반토막 났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사드배치가 전격 결정되면서 3분기 롯데백화점의 부담은 더욱 가중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예년 같으면 명동 거리를 지나는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절반 이상은 롯데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있었는데, 요즘은 유명 SPA 쇼핑백이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명동을 찾던 중국 관광객들도 사드배치 이후 매주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2분기 롯데쇼핑의 매출은 6조922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49.0% 줄었으며, 순이익은 95.0% 급감했다.
급기야 롯데그룹은 지난 14일 중국에서 롯데마트 사업의 철수를 결정했다. 사드 보복으로 영업정지를 당해 적자가 쌓이자 롯데마트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도 사드 유탄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은 올해 국경절과 중추절(추석)이 겹쳐 다음달 1일부터 8일까지 연휴가 시작되지만, 면세점 업계는 이번 국경절 연휴에도 중국인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드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인의 한국행 급감이 이유다.
올해 1∼7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776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줄었다. 지난 7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3% 감소한 28만1천263명에 불과했다. 국경절 기간 관광객은 전년보다 70%이상 감소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유커특수 회복은 이미 기업의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즉, 한·중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유커를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이나 판촉행사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유커의 빈자리를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안타깝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 동안 동남아시아와 중동,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여,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매출 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