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원유진 기자] 올해 상반기 성적표를 공개한 패션 상장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F, 휠라코리아, 에프앤에프, 한섬 등 기업들은 매출 증대와 수익구조 개선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올 상반기 패션시장을 선도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기업인 삼성물산, 이랜드월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등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번 패션 상장사 상반기 실적 집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휠라코리아의 놀라운 약진이다.
휠라코리아는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하며 올 상반기 매출 1조3465억원, 영업이익 1304억원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99%, 영업이익은 319% 신장한 수치다. 그야말로 화려한 제 2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성적이다.
휠라는 지난해 봄부터 대대적으로 진행한 리뉴얼 작업이 적중하며 10~20대 젊은층 흡수에 성공했다. 노후된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탈피한 셈. 아이템에서는 휠라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은 헤리티지 제품군이 매출을 견인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테니스화를 모티브로 한 운동화 ‘코트디럭스’와 메인컬러인 네이비, 레드, 화이트를 믹스한 빅로고 티셔츠가 젊은층에 큰 호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통 방식도 수익률이 떨어지는 백화점 채널을 축소하는 대신 ABC마트나 폴더 등 편집숍 채널을 활용한 홀세일 유통전략을 택해 매출볼륨을 키웠다.
LF도 불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의 모범사례로 꼽을 만큼 남는 장사를 했다. LF의 상반기 매출은 7,78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548억원 36.5%, 순이익은 434억원으로 68.4% 각각 신장했다.
LF는 남성복 ‘일꼬르소’와 여성 캐주얼 ‘질바이질스튜어트’의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했고, 최근에는 대표적인 남성복 브랜드 ‘타운젠트’의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기초로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효율에 집중했다.
특히 자체 온라인 쇼핑몰 LF몰이 매출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전사적인 투자에 힘입어 LF몰은 지난해 매출 2,700억원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높은 매출 실적은 물론 자사 브랜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에프앤에프와 엠케이트렌드도 녹록치 않은 시장여건을 뚫고 매출신장에 성공했다.
에프앤에프는 매출 2,151억원으로 전년대비 21.9% 몸집을 불렸고, 영업이익은 292억원으로 193.2%의 깜짝실적을 기록했다. ‘레노마스포츠’ 매각을 통해 손실을 제거했고, 고마진 아이템인 ‘MLB’ 모자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며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지난 14일 사명을 한세엠케이로 변경한 엠케이트렌드도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증가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7%, 54% 증가한 87억원, 75억원을 기록했다. 한세실업에 자회사로 편입된 후 손익구조가 향상됐고,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큰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대표 여성복 기업 한섬도 매출 5,480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으로 올 상반기 A플러스 성적표를 받았다. 신장률은 각각 70.9%, 22.5%에 달했다.
1분기에는 백화점 매출이 감소해 실적부진을 겪었지만, 지난해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한섬글로벌, 현대지앤에프)의 실적이 3월 1일부로 반영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대표 브랜드 ‘타임’ ‘마인’ ‘시스템’ 등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새롭게 인수한 ‘타미힐피거’가 볼륨을 키우고 있어 하반기 전망도 밝히고 있다.
반면 전통의 패션 대기업 삼성물산과 이랜드월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등은 다소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8,666억원으로 전년보다 5.4% 역신장했고,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8.6% 감소했다.
지난해 일부 브랜드를 철수하고 통폐합하는 등 사업 재편을 단행하면서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토종 SPA '에잇세컨즈'와 온라인몰 사업이 성장하면서 영업이익을 3분기만에 흑자 전환해 하반기 전망은 기대를 갖게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모회사로 패션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올 상반기 3조33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7282억원)보다 10.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95억원으로 39.8% 역신장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전년대비 매출(5223억원) 2.9%, 영업이익(219억원) 29.5% 역신장세를 보였다. 상반기에 영업이익이 적자를 보인 기업이 10개사,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도 11개사에 달해 전반적으로 패션경기가 악화됐음을 입증했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