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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도루묵
등록날짜 [ 2017년07월29일 11시23분 ]


-오랜만에 도루묵구이를 했다. 정성스럽게 오븐에 구운 도루묵구이를 내놓으니 모두 맛있다며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도루묵을 먹으면서 이 생선에 얽힌 스토리가 생각났다.

내가 도루묵을 먹게 된 것은 서울에서였다. 충무로 극동빌딩에 한국합섬(HK)이라는 기업이 있었는데 이 기업의 O 상무가 어느날 나를 음식점으로 데려가 이 도루묵을 맛보인 것이 시초였다.

그는 포항이 고향이였는데 어릴 때 도루묵을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이 생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도루묵은 요리를 잘 해야 맛있다며 제맛을 내는 음식점을 알려준 것이다.

그때 먹은 도루묵찌게의 맛은 조기, 고등어, 갈치, 꽁치 보다는 못했지만 굵은 알이 참 맛있었고 인상에 남았다. 

그와 도루묵을 먹으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당시 한국합섬(후에 HK로 상호 변경)은 원사사업에 뛰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그는 회사를 한번 나갔다가 다시 호출 돼 온 상황이였다.

싶게 표현하면 엉망이 된 한국합섬의 설거지를 그에게 맡긴 격이였다.

이미 기울어진 회사에 다시 들어온 그는 도루묵찌게를 앞에 놓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합섬은 원래 이화섬유(이화직물)라는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화섬직물 수출기업의 계열사로 직물사업으로 돈을 벌어 원사사업에 신규 진출한 케이스였다.

그러나 이 기업은 초기부터 강성의 노조가 들어섰고 경영주도 노조와 타협이나 협상이 안되는 인물이여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회사는 서울에서 창업주 아들(장남, 차남), 조카 등이 경영을 맡았는데 그들 역시 노조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였다.

여러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이 기업은 화섬원사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내리막을 걷게 됐고 급기야 노조와의 불협화음도 극에 달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퇴사했던  O 상무가 다시 복귀한 것은 이 회사가 끝을 향해 달릴 때였다.

그와 도루묵찌게를  먹으면서 풍전등화에 처한 이 기업이 어디로 가야할 것인지 고민을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는 경영주의 닫힌 사고를 강하게 비판했고 강성의 노조도 나무랬다.

새로운 경영혁신을 통해 망해가는 기업을 살리려 안깐힘을 쏟던 그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월급쟁이 임원이였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로얄 페밀리들이 버티고 있던 이 기업을 월급쟁이 임원 한사람이 발버둥친다고 회생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그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얼마 뒤 그 기업은 문을 닫았다.

결국 그의 노력은 말짱 도루묵이 된 셈이다.

도루묵의 어원은 옛날 임금님(조선 14대 선조 임금이 피난길에 맛있게 먹었던 생선으로 당시 '은어'라 명명)이 바닷가에서 맛있는 생선을 먹었는데 궁궐에 와서 다시 시켜 먹었더니 그 맛이 안나 도로 상을 물렸다는 뜻에서 도로묵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잘 안되고 뒷걸음 칠 때 도루묵이라는 표현을 잘 쓴다.

도루묵은 찌게 보다 구이로 먹는게 더 맛있다. 특히 굵은 알이 별미인데 잘 구운 도루묵은 이 알을 씹어 먹는 재미가 있다.

도루묵 구이는 후라이펜 보다 오븐이나 숯불에서 천천히 구워 먹으면 아주 맛있다. 아마 임금님이 물린 것은 도루묵찌게가 아닐까 싶다. 찌게는 요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맛이 없다.

구이로 하면 도로물리지 않아도 될 만큼 참 맛있는 생선이다.

이번에 내가 구운 도루묵구이는 도로 물리지 않아도 될 만큼 훌륭했다. (조영준의 음식스토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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