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러시아의 백야(white night/白夜/белая ночь:벨라야 노치))를 보았다. 밤시간에 비행기 창문에 강렬한 햇살이 오랫동안 비추고 있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스튜어디스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상공을 지나고 있으며 백야 현상으로 새벽이지만 낮처럼 밝다며 잠을 잘 사람은 창문을 닫으라고 말했다. 나는 스튜어디스의 말을 따르지 않고 창문을 조금 열어 이 이상한 현상을 보려고 했다. 상당히 긴 시간 이 백야의 하늘 위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창 아래를 유심히 살펴 보니 눈이 쌓인 산줄기와 얼어붙은 강, 오솔길 같은 길들이 가늘게 보였다. 저 아래 러시아 사람들은 밤 같지 않은 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커튼이나 종이 같은 것으로 창을 가리고 보드카를 마신 후 잠자리에 들었을 러시아 사람들이 떠올랐다. 한번쯤 색다른 경험을 좋아하는 여행객들에겐 백야가 경이롭게 느껴지겠지만 밤을 낮처럼 접하며 오랫동안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고역일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여행객임으로 하늘위 백야를 즐겼다. 하얀 하늘과 강렬한 빛을 보면서 시가 떠올랐다. 가족들과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났고 얼어붙은 러시아 땅을 횡단하는 상상도 해 봤다. 여러가지 복잡하고 피곤한 갈등들도 백야의 하늘 위에선 다 사라질 것만 같았다. 비행기는 오랫동안 러시아 상공을 통과했고 백야의 강렬한 햇빛도 긴 시간 창가에서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조영준의 여행스토리에서...] -백야-고위도(48˚ 이상) 지방에서 한여름에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 밤이 낮처럼 밝다. 남극은 동지 때 북극은 하지 때 발생하며 가장 긴 곳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러시아 모스크바 등 북극에 인접한 도시들과 발트해 3국, 동유럽, 영국(북부) 등에서 볼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벨라야 노치),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는 미드나이트 선(midnight sun)이라고 부른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