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KOTITI 베트남시험연구소 오픈식)참석과 취재차 베트남을 방문했다. 난생 처음으로 베트남 국적기를 타고 호치민에 내렸다. 베트남 항공기의 비지니스석은 텅비어 있었고 이코노미석도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비행기는 오래 됐고 여기저기 낡은 흔적들이 보였다. 비행기가 흔들릴 때 마다 걱정을 하곤 했다. 우리 보다 못 사는 나라 베트남에 대한 선입견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5시간 가량 날아 도착한 호치민은 후덥지근한 날씨에다 인파가 붐비는 복잡한 도시였다. 가이드를 따라 여기 저기 돌아본 결과 호치민은 자본주의 국가의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베트남을 탈출하는 깡마른 얼굴의 보트피플과 권총으로 사살되는 베트콩, 울고 있는 어린아이. 그런 것들이 내 기억속에 각인돼 있을 뿐 베트남은 한동안 잊혀졌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연인, 플래툰,알포인트, 클래식...)와 소설(하얀전쟁)들이 생각 났지만 지금 호치민의 전경과는 잘 융합되지 않았다.
며칠간 호치민(호찌민/옛 사이공)의 여러곳을 견학했다. 전쟁승리기념관(전쟁박물관/옛 베트남 정부 청사)과 지하땅굴, 베트남 전문 음식점, 재래시장, 연짝공단의 섬유기업들. 현지 체류 한국인들도 만났다. 김종원 풍림화섬 상무는 한국에 있을 때 알고 지내던 업계 인사여서 반가웠다. 그는 "베트남에 오래 있다보니 날씨가 체질에 안 맞는지 자꾸 몸이 아프다"고 말했다. 며칠 취재 차 베트남을 방문한 나는 현지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사람을 이념(자본주의VS공산주의)이라는 굴레속에 몰아 놓고 희생을 강요한 결과가 너무 허무-베트남 경제체제가 자본주의화 된 것을 보면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베트남인들이야 하나의 이념아래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 것에 큰 의미를 두겠지만 이방인인 나의 머리 속에는 그 과정에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관광차 다녔던 호치민의 여러 곳을 갈 때 마다 자꾸 풀숲에서 죽은 영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전쟁기념관에서도 땅굴에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쟁 관광지를 갈때 마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나질 않았다. 공교롭게도 카메라가 고장 나 이들 관광지와 호치민에서 찍은 사진 기록들이 모두 날아가 버리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나와 달리 호치민의 야경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차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고 혹은 자전거를 탄 채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홍등가 같은 곳도 보였고 술집들도 여기저기 많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모두 잊은 것 같았다. 오히려 이방인인 내가 더 과거 남의 나라 아픔을 잊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조영준의 다이어리에서...) ■ SNS:▶홈▶트위터▶페이스▶블로그▶인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