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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계 서울패션위크 반쪽자리 행사 전락하나
서울디자인재단 일방통행에 CFDK 행사 참여 거부로 맞불
등록날짜 [ 2015년06월30일 17시34분 ]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강두석, 서경옥 기자]16 S/S 서울패션위크는 또 다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것인가?

(사)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회장 이상봉)는 30일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더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의 디자이너 모집 요강 상의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오는 10월 열릴 추계 행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CFDK는 서울패션위크가 내수 판로가 막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내 패션산업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당초 목적에 동떨어진 조건들을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이같은 조건들을 수용하는 것은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때 결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의 주관사인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CFDK의 입장이 전해진 지난 29일에야 부랴부랴 이근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CFDK를 찾아 협조를 구했지만, 기존에 공고된 조건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이처럼 물러섬 없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번 추계(2016 S/S) 서울패션위크는 최악의 경우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CFDK는 서울디자인재단 측이 지금이라도 참가조건에 대해 디자이너들과 격의 없는 논의를 한다면 행사 거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디자이너 모집 마감 시한을 하루 남겨놓은 상태에서 디자인재단이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지는 미지수다.

다만,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면서 모집 일정을 연장하고 협의에 나서는 극적인 타협의 여지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왜 여기까지 왔나?

이번 추계 서울패션위크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지난 춘계 행사 때부터 어느 정도 내재돼 있었다. 지난 춘계 행사를 앞두고 CFDK는 서울디자인재단에 이전 행사들에 준하는 업무협조를 요청해왔으나, 디자인재단 측은 당시 대표가 공석이라는 이유로 CFDK의 요청을 외면했다. 이후 이근 대표 취임 이후에도 CFDK는 여러 차례 업무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디자인재단은 번번이 여러 이유를 들어 CFDK의 요청을 묵살했다.

그리고 모집공고도 나지 않은 총감독(디자이너 정구호)이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도 알 수 없는 채 임명됐고, 총감독은 각 언론을 만나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도 유독 CFDK의 업무 협조 요청에는 인색했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서울패션위크 홈페이지를 통해 디자이너 모집요강이 공고됐다. 홈페이지 외에는 어떤 경로로도 공지하지 않았다. 올해 처음 도입한 총감독제가 오히려 서울디자인재단의 독선을 강화한 셈이 됐다.

일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총감독이 자신의 입맛대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자기 맘에 들지 않는 디자이너들을 행사에 참가시키지 않으려고 자의적으로 기준을 획정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제 이번 디자이너 모집 기준을 보면 그같은 말이 나올 법 하다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들이 제법 읽힌다.

결국 문제는 소통에 있었지만, 총감독은 디자이너들과의 직접적 소통 대신 언론을 통한 간접 소통을 택했고, 이는 듣기에 따라서는 “내가 이렇게 결정했으니, 당신들은 따라와라. 이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참가하지 마라.” 정도의 컨텍스트로 읽히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지금은 소통의 시대다. 총감독이 그것을 모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는 소통이 오히려 서울패션위크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을까?

■ 쟁점은?

서울디자인재단과 CFDK는 이번에 신설된 대부분의 조건들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참가 자격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해외 디자이너에게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행사를 해외 디자이너들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가뜩이나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들에게는 안방을 내어줄지도 모를 정도의 가혹한 일이다.

재단 측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상품력을 강화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할 지도 모르겠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된다면 서울시가 서울패션위크에 발을 디디지도 못했을 일이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않고 신인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인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까지도 문호를 개방했다.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경우 패션쇼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서울시가 지원한다.

디자이너는 옷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까지 해외 디자이너들을 받겠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역량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이제 국내 신인 디자이너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부분의 조건들이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컬렉션 참가비의 경우 지난 시즌 1천석 홀 400만원, 700석 홀 250만원이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각각 1천만원과 70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이 금액은 사실 기성 디자이너들에게는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엄청난 액수다. 참가비 부담 때문에 행사 참가를 포기하겠다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은 이유다.

쇼룸이 있어야 한다거나 PR 실적이 상당한 비중으로 새로 포함된 것도 문제다. 자신의 건물을 갖고 매장과 사무실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별 상관 없는 조건이지만, 좁은 임대사무실을 쪼개서 쓰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큰 부담이며, 매체에 노출될 기회도 기성 디자이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신진 디자이너들이다.

여기에 디자이너가 해당 업체의 법정 대표여야 한다는 조건은 최악이다. 이 기준으로라면 샤넬도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서지 못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조건을 가진 패션위크가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이 조건 또한 이미 일정 규모로 사업을 키운 디자이너들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향후 족쇄로 남을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 전망

서울디자인재단과 CFDK가 모집 마감 시한을 앞두고 극적으로 견해차를 좁힐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또 대부분의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 관련 인사들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만약 양측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CFDK는 독자적인 패션행사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돼 CFDK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CFDK의 플랜 B는 독자 행보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타협에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타협에 실패할 경우 결국 서울시는 패션행사에서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서울시의 관련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패션위크가 지속적으로 개최되리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행사 당사자인 양측이 좀 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이 난국을 슬기롭게 타개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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