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마주앙(Majuang)을 보니 옛날 추억들이 하나,둘 스치고 지나갔다. 80년대 내가 대학을 다닐 땐 막걸리가 대세였다. 와인은 고급 술에 속했다. 데이트 할 때나 생일파티 때 레스토랑에서 거금을 주고 마셨던 추억의 술이다. 따라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행사는 1년에 몇번 되지 않았다. 그 당시 마주앙 병은 지금과 다른 초록색이였고 레드 보다는 화이트를 주로 마셨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하면 얼음이 잔뜩 담긴 그릇에 마주왕 화이트 와인이 비스듬히 담겨 나왔다. 이걸 한잔씩 마시면서 문학, 철학, 정치 얘기에다 간혹 취기가 오르면 입에 담기 어려운 음담패설도 서스름없이 하곤 했었다.
마주앙 몇 잔에 취해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게도 보였고 쓸쓸하게도 보였으며 때론 답답하고 참담할 때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과 부딪치며 마주앙을 잊었다. 와인 수입이 자유화 되면서 직수입 와인을 찾다 보니 마주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마주앙만 잊은 게 아니였다. 마주앙과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만남, 추억들도 세월과 함께 잊어 버리고 살았다. [조영준의 와인 이야기, 음식스토리에서...] ■ SNS:▶트위터 ▶페이스북 ▶홈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