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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혼자 걷는 즐거움, Camino de Santiago
등록날짜 [ 2013년12월16일 00시00분 ]

■ 9월 17일(화): 걷기 마지막 날,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교외 주택가.

완만하지만 긴 언덕길을 오르다 힘들어하는 장애자 사이클을 동료 라이더들이 견인하고 있었다. 그 때 맞은편에서 무표정하게 오던 4~50대 여성이 이를 보았다.

그 여성이 나를 스쳐가면서 사이클 팀을 보고 순간적으로, 1초나 됐을까, 아주 짧은 순간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여성의 한쪽 소매에 손이 보이지 않았다.

이후로 한 손 없는 여인의 미소가 계속 떠올랐다. 聖母像, 佛像에서 본 듯한... 그 소매와 미소를 내가 잘 못 본 건 아닐까? 걷다 지쳐 환영을 본 거 아닌가? 까미노에서 뜻하지 않은 영적 체험을 한다는데 이런 걸 말하는 건가.

광복절에 이룬(Irun) 출발, 28리터 배낭 지고 33일을 걸었다. 프랑스길(Camino Franc?s)을 걸을까 생각했는데 너무 혼잡했다. 더구나 올해 한국인 수가 랭킹 1위를 기록했다는 놀라운 사실! 하루에도 20여명씩 한국인을 만난다나. 카미노가 청계산 도봉산 같아서야... 혼자 걸을 길 찾아보자.

북쪽길(Camino del norte), 북쪽 해안을 따라 걷는 850km 코스!? 프랑스 접경 Irun에서 출발, Arzua에서 프랑스길과 합쳐져 산티아고에 이른다.

13세기,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프랑스길이 위험해지자 대안으로 개척한 순례길. 길이 험하고 숙박과 편의 시설이 빈약해 난이도가 높은 길, 걷는 사람 적다. 그래서 호젓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빼레그리노(순례자)들이 선호하는 루트.

바스크, 칸타브리아, 아스트리우스, 갈라시아. 각기 특색 있는 4개 주를 걸었다. 우리 동네 뒷산 수준의 산이 계속된다고 우습게 알았다가 바위와 자갈투성이 길  이틀 걷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하루 20km의 오피셜 코스가 짧다고 40km 걷다가 발목이 붓기도 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겸손해졌다.

북쪽길은 정말 호젓했다. 20여명의 순례객이 2~30km 구간을 걷는다고 보면 밀도가 1km에 한명도 안 된다. 그러니 사람 한 명 못 보고 반나절을 혼자 걷는 날도 많았다.

심심산골 깡촌, 인가가 없는 길에서 물이 떨어져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안의 절경, 평화로운 초지와 울창한 숲, 그리고 까페 냄새 진하게 풍기는 소도시를 지날 때마다 이 길을 택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도미토리에서 자는 여행. 처음에는 알베르게(순례자 숙소)에서 훌렁훌렁 벗는 여성들 보고 난처했었다. 그러나 3~4일 지나면서 나도 팬티 바람으로 여성들 앞을 서슴없이 지나다녔다

.

비싸고 맛없는 시골 음식에 질려서 막판에 키친 있는 알베르게에서는 밥 해먹었다. 그렇게 하면 맥주나 와인 먹으면서도 숙박비 포함, 10유로면 하루 살 수 있었고. 정말 좋았던 건 스페인이 술꾼들의 천국이었다는 사실.

슈퍼마켓에 가면 와인이 99센트부터 시작, 3~5유로면 Not bad. 캔맥주는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 수입품이 60~70센트, 로칼은 30~40센트. 스미노프 보드카나 조니워커 레드급 양주는 12유로 선.

걷는 동안 동양인은 한국 여성 1명과 일본 청년 1명밖에 못 만났다. 나이... 청장년이 대부분이었지만 82세 할머니도 봤고 60대는 여러 명 보았다.

자식 또래 젊은이들과 걷고 함께 자면서 나이를 잊는 것도 카미노의 즐거움. 숙소, 교통편 예약 없이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는 도보여행의 자유와 해방감.

그리고, 가이드북 없이 무작정 떠났기에 더 익사이팅 했던 하루하루. 경비는 통상 1km에 1유로로 계산하면 된다고 하는데 비슷하게 맞아 떨어졌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떠나면서 계산해보니 이룬-산티아고 여정에 900유로 정도 썼다.

하루 세끼, 네끼씩 먹었는데도 체중은 4kg 줄었다. 양껏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 바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가 답이다.[공정표 전 KBS 뉴미디어센터장/기사제공:경언저널](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www.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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