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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한민국 컬렉션에 스토리를 입히자
등록날짜 [ 2012년05월30일 00시00분 ]

[패션저널:조영준 발행인]필자는 몇년전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항주/杭州/Hangzhou)시 쑤저우(소주/蘇州)에 위치한 시후호(서호/西湖)를 방문 했었다. 시후호는 소제(蘇堤), 백제(白堤), 양공제(杨公堤) 등 3개의 제방으로 분리돼 있다고 했다.

백제는 백거이(白居易)가 항저우로 임명돼 무너진 제방이 농사를 망치는 것을 보고 제방공사를 다시 해 세워졌고 소제는 송나라 초기 철종 원우 때 유명한 소식(蘇軾, 소동파)이 항저우에 와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서태후가 시후호를 본따 베이징 이화원(Yiheyuan)에 곤명호(昆明湖)라는 작은 호수를 만들었을 만큼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수로 회자되고 있었다.

이런 스토리 때문인지 시후호 주변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남녀들이 무척 많았고 호수 주위로 스타벅스 등 서양의 커피숍과 레스토랑, 음식점 등이 즐비하게 들어 서 있었다.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단골 코스에 올라 있는 곳이다. 호수의 크기는 컸지만 이정도 경치를 가진 호수는 우리나라에도 얼마던지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중국에도 같은 이름의 호수가 800여개나 된다고 하니 비슷한 것은 얼마던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차이는 스토리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항저우의 시후호에는 스토리가 있었다.

호수에 얼마나 멋진 스토리를 입혀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관광정책을 펴 나가는가에 따라 같은 이름의 관광지도  엄청나게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였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이만한 호수는 얼마던지 있다. 다만 스토리 개발이 미진할 뿐이다.

컬렉션도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가?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 등의 컬렉션을 세계 4대 컬렉션으로 꼽는다. 서울컬렉션이나 부산 프레타포르테, 대구컬렉션을 기억하는 외국 바이어들이 얼마나 되는지 묻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주눅이 든다. 

이런 현상은 근대 패션의 태동이 서양에서 시작됐고 세계 경제를 이들 국가들이 좌우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 경제력으로 이들 국가를 추월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컬렉션을 따라 잡지 못하는 것은 컬렉션에 스토리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이너들은 매번 작은 예산을 탓하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그만한 예산 배정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컬렉션에 담긴 모습이다. 컬렉션에 스토리를 입히려는 노력, 즉 스토리가 담긴 컬렉션 장소를 찾는 노력이 없었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컬렉션이지만 왜 한국적인 것, 한국의 스토리가 담긴 장소에서 더 멋진 축제로 만들지 못하는지 안타까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과거 몇차례 고궁이나 절간(사찰)에서 컬렉션이 열린 적이 있지만 이후 지속되지 못한 채 1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고궁이나 절간에서의 컬렉션은 너무 힘들다는 기획사의 하소연도 일리가 없진 않다. 그런 곳에서 컬렉션 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야외 행사에 애로가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장소 섭외 자체가 어려워 할 수 없다는 말에는 힘이 빠진다.

관료들이 관광 육성을 떠들고 있지만 실제 유명 고궁이나 문화재가 있는 지역에서 컬렉션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복잡한 절차가 따른다고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왜 고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스토리가 담긴 문화재 안에서 쉽게 컬렉션을 열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렇게 조상들에게 누(累)가 되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훼손이 간단 말인가. 깊숙히 간직하고 있는것 보다는 널리 알리고 적극 홍보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책으로 명망을 떨쳤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보존에 더 유리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럽에는 어디를 둘러봐도 우리 보다 더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장소, 유명건축물들이 많다. 유럽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장소에서 컬렉션이 열렸고 그 여파로 인해 도시들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오히려 이제 유럽은 이런 곳에서의 패션쇼가 식상할 정도가 된 것 같다.

중국도 몇년전 만리장성에서 컬렉션이 열렸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서 만리장성의 위세를 과시한 바 있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유명 건축물 지역에서 컬렉션을 여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닐 테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장벽을 넘으며 컬렉션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컬렉션을 꽉 막힌 실내에서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건만 된다면 한강변도 좋고 남산에서도 좋다. 해운대 백사장은 또 어떨까? 경북궁이나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또 북촌 한옥마을이나 오래된 고택 등도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나라 여러 곳에 존재하는 오래된 사찰(절)도 좋은 장소다. 대구의 경우 빈 섬유공장 같은 곳도 좋을 곳이다. 이런 곳에서 컬렉션을 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컬렉션은 더욱 주목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한복 연구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준다면 더욱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서울컬렉션과 대구컬렉션, 부산컬렉션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관계자들에게 스토리 담긴 장소를  물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토리가 담긴 장소에서 컬렉션이 개최된다면 도시도 알리고 컬렉션도 돋보여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너무 예술적인 관점으로 치닫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비지니스적 관점에만 갇혀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부산프레타포르테 기자 간담회에서 조명례 자문위원장은 바다가 보이는 해운대 백사장에서의 컬렉션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어디 해운대 백사장 뿐이겠는가 돌아보면 스토리가 담긴 유명 장소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신축되는 서울시청내 시장 직무실 등 공간을 컬렉션 장소로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도시를 알릴 수 있고 컬렉션에 스토리가 담길 수 있다면 어느곳에서든 컬렉션을 권장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곳을 적극 활용해 컬렉션이 개최된다면 관광지 육성과 함께 대한민국 패션산업도 한단계 도약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예산과 장소 섭외가 어려운 과제이지만 이런 것을 넘지 못한 채 계속 고착화된 장소 닫힌 사고에서 컬렉션을 열어봐야 "우린 안된다"는 자조섞인 푸념만 나올 뿐이다.

다가오는 가을 컬렉션에서 대한민국 3대 컬렉션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길 기대한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세계섬유신문사)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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