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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피’ 논란에 묻힌 쟁점들
등록날짜 [ 2011년06월09일 00시00분 ]

강두석 편집인 [패션저널: 강두석 편집인]무릇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선택은 실리와 명분을 사이에 두고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마련이다. 이같은 선택이 개인의 차원일 경우 각각의 가치관에 주로 좌우된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의 기업의 선택은 물론 실리 우선일 것이다. 때로 명분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을 터이지만, 대부분의 선택은 실리를 판단 근거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겠기 때문이다.

반면 존재 근거가 최소한 명문상으로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하는 단체는 경우에 따라 실리를 우선할 수도, 명분을 챙길 수도 있을 것이다. 작게는 해당 지역사회나, 크게는 국가 전체로 봐서 미래를 위해 보다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장 눈앞의 상황만을 보고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거나, 혹은 비난받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차원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빛둥둥섬’을 조성한다며 한강 반포지구 일원에 민자를 유치해 인공섬을 건설했다. 이 인공섬은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 늦은 오는 9월 개장할 예정이지만, 본 개장에 앞서 지난 5월 전망 공간을 개방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수많은 논란 속에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Fendi) 패션쇼를 강행하며 세빛둥둥섬의 개장을 세상에 알렸다.

이날 진행된 펜디 패션쇼는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의 모피 반대 구호에 묻혀 많은 쟁점들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펜디는 50여개의 명품(혹은 사치품)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명품 브랜드 수집기업인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에 소속된 브랜드다. 이 회사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LVMH가 주로 프랑스 브랜드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이탈리아 브랜드에 대한 갈망을 지녀왔고, 실제 1990년대 초반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를 손에 넣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구찌는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었고, 이에 아르노 회장은 구찌의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관심을 거두었다. 그러나 구찌는 도메네코 데 솔레와 톰 포드를 영입하면서 1990년대 중반 기사회생 했고, 이에 아르노 회장은 다시 구찌의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거쳐 1999년 구찌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나 데 솔레와 톰 포드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며 인수에 실패하고 만다. 이렇게 되자 아르노 회장은 구찌의 인수를 포기하고 펜디로 눈을 돌려 결국 펜디를 손에 넣는데 성공한다.

LVMH그룹은 펜디를 손에 넣자 이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펜디는 현재 매출 규모로 LVMH그룹에서 루이뷔통 다음의 자리를 차지하는 주력 브랜드로 거듭나게 됐다.

전세계 명품 시장은 200조원을 다소 밑도는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그 중 상위 35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0%를 장악한다. 또한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 가량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명품의 세계 최대 소비국이며 조만간 중국도 세계 2위의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시장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성장시장으로 분류된다. 이들 명품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가 펜디의 패션쇼를 허용한 것은 결국 안방을 더 빨리 그들에게 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을 키웠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패션계는 위로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시장 잠식에서부터 아래로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시장 확대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공공기관인 지방정부가 실리만을 추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국내 패션업계의 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다.

이왕 개장 기념행사로 패션쇼를 상정했었다면,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갈라쇼나 서울시가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Seoul’s 10 Soul’의 국내 인식 확산을 위한 쇼는 불가능 했을까? 전세계적인 마케팅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국내에도 펜디에 못지 않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더 뛰어난 감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많다. 한국 패션의 해외진출은 국내 시장의 기반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 쯤 서울시도 모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펜디는 국내에서는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브랜드였다. 물론 그 마니아는 대부분 모피 애호가들이다. 모피 이외의 아이템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한 브랜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모피반대 운동으로 인해 펜디는 국민적인 브랜드(?)로 떠올랐다. 물론 동물보호단체들의 모피 반대운동은 그들 입장에서는 타당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과적으로 행사를 취소시키지 못했고, 역작용으로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펜디의 위상만 높여준 모양새가 됐다.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펜디는 모피 이외의 아이템에서도 국내 매출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그만큼 브랜드를 알리는데 이번 모피 논란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좋은 평가나 나쁜 평판은 의미가 없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헤드라인을 얼마나 장식하느냐에 있다”고 했다던 LVMH그룹 아르노 회장의 선견지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기존의 펜디 모피 마니아들에게도 펜디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어려운 상황도 돌파해낸다는 이미지는 그들의 상품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신뢰와 호감이겠기 때문이다. 펜디의 전체 매출에서 한국 시장은 4위 규모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매출의 대부분이 모피 아이템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모피의 인기는 지속되고 그 외의 아이템으로도 인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최근 정부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 부처간, 중앙과 지방정부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이 협약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의 해외 진출은 국내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가장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관련 당국자들이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한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 okfash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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