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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독일 뮌헨, 드레스덴을 가다(하)
등록날짜 [ 2007년06월09일 00시00분 ]

우리는 버스를 타고 뮌헨 도심을 가로질러 바커케미칼 본사에 도착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현관과 사무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커 본사 임직원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기자 회견장으로 들어갔다. 바커그룹의 핵심 임원진들이 모두 참석했다. 2006년도 실적 자료가 발표됐다. 역시 유럽식으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유럽 기업들은 긴 설명이 담긴 페이퍼 자료를 주고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식의 회견이 주류를 이룬다.

질문은 몇개 정도 밖에 받지 않는다. 바커케미칼 기자 회견도 비슷했다. 기자 회견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자유롭게 취재기회가 주어졌다. 복도에는 약간의 간식과 커피 등이 제공됐다. 음식과 과일 커피 등이 항상 따라다니며 푸짐하게 나왔다. 의식주가 풍부한 선진국 독일 사람들이 매번 이렇게 먹고 있으니 비만이 양산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하에서도 앞에 놓여진 음식을 거부하지 못하는 탓에 나 역시 비만 대열에 빠지지 않고 있다. 한국 역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 서 있어 먹는 것의 자유방임 시대가 됐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바커케미칼 아.태 담당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후 국제 기자단을 대상으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세미나는 실리콘과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국제기자단은 모두 진지하게 강사의 강의를 들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 놓고 기사를 작성하며 강의를 들으려 했으나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 컴퓨터를 켤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면서 가끔 하품하는 기자도 있었지만 대체로 모두 진지했다. 졸음이 몰려와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용납될 것 같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을 독일까지 초청한 바커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커피를 계속 마시며 졸음을 이겨 냈다. 실리콘이 섬유가공에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화학 쪽에 가까워 난해한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미나가 끝나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뮌헨공항으로 다시 갔다. 그곳에서 드레스덴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였다.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진 늦은 저녁 시간이였다. 드레스덴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작은 미니급 이였다.

날씨는 비가 내릴 것 처럼 잔뜩 흐려 있었다. 낡고 작은 비행기를 타면서 느끼는 공포감이 다시 느껴졌다. 과거 런던에서 이탈리아를 갈때 탔던 알리딸리아항공의 악몽이 머리를 스쳐갔다. 비행기는 많이 흔들렸다. 바람이 불고 비도 세차게 내렸다. 갑자기 공포감이 엄습했다. 드레스덴에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그렇게 고풍스럽다는 드레스덴에 가지 못하고 추락하는게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비행기가 너무 흔들렸기 때문이였다.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까지 이런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비행기는 1시간 가량 날아 드레스덴에 착륙했다. 드레스덴 공항에서 바라본 야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언제 비가 왔냐는듯 드레스덴의 날씨는 청명하고 산뜻했다. 시골에 온 것 처럼 상큼한 풀냄새가 다가왔다. 구 동독의 주요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드레스덴에 첫 발을 디뎠다.

드레스덴 공항은 독일 통일 후 새로 지어졌다. 그래서인지 공항은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깨끗했다.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 도심지에 소재한 힐튼호텔로 갔다.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 사이로 은은한 불빛들이 화려한 옛 도시의 과거를 말해 주고 있었다. 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운 경치가 한 눈에 들어 왔다. 현대적인 건축물 보다는 과거의 고전미를 그대로 보존해 나가려는 게르만인들의 예술적 감각이 드레스덴에 녹아 있었다.

히틀러가 독재를 하면서도 예술을 아끼고 즐겼다고 하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히틀러가 생각 났을까? 히틀러도 이 드레스덴의 고풍스런 거리를 산책하지 않았을까?. 드레스덴은 도시 전체가 문화재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건축물 대부분이 2차 대전 당시 파괴된 것을 다시 복원 했다고 한다. 호텔에 들어와 짐을 풀었다. 호텔 안은 현대식이였다. 오히려 뮌헨의 호텔보다 시설은 더 좋았다.

저녁 만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저녁 만찬은 호텔 인근에 위치한 독일 전통 음식점이였다. 역시 부페였다. 와인에다 독일 맥주를 마시며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우리 일행은 다시 호텔 인근의 카페로 갔다. 그곳에서 한국인들끼리 호프를 한잔 하기 위해서였다. 맥주에다 돼지고기, 소지지 같은 음식을 시켜 새벽까지 먹었다. 여행에서 느끼는 행복한 찰라의 순간을 모두들 잊지 못할 것 같은 밤이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드레스덴의 맑은 공기와 강렬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왔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잠시 거리를 산책했다. 고풍스러운 드레스덴의 경치를 즐기며 혼자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호텔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드레스덴 인근에 소재한 [뉜크리츠] 바커케미칼 실리콘 제조 공장을 향해 달렸다. 도심지를 빠져나오니 전형적인 독일 농촌이 한눈에 들어왔다. 잘 정돈된 들판과 아기자기한 시골집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풍경이 인상적이였다. 너무 한적해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아 보였다. 1995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쳐 스위스로 들어가면서 본 알프스 지역의 농촌 풍경이 스쳐갔다. 조용하고 한적한 농촌 도로를 1시간 가량 달리니 엘베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은 초록빛이였다. 강 주변을 에워싼 정글같은 나무 숲이 보였다. 나무와 풀이 강물에 비쳐 물빛이 초록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작은 1차선 길로 들어가니 바커케미칼의 웅장한 공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 풍광을 사진으로 담고 싶어 셔트를 눌렀다. 독일 홍보팀장이 사진을 찍지 말라며 경고를 보냈다. 그러더니 생각이 바낀 듯 우리들에게 다가와 조금전 찍은 사진을 보여 줄 것을 요구했다.

사진을 본 뒤 그는 공장 전경이 담긴 사진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멀리서 찍은 사진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아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사진을 삭제했다. 공장 전경 사진은 따로 본사에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너무 철저했다. 이 모든 것이 기술유출 때문이라는 것이였다. 그들이 보유한 기술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먼 공장 전경까지 찍지 말라는 것일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장 전경이야 관광객이 지나가다가 찍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요구이니 인정해야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장의 모습만 보고도 전문가들은 공장의 생산 규모와 증설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공장 전경도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이렇게 기술유출을 경계 하면서도 공장 내부를 기자들에게 보여 준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어쨋던  공장 투어가 시작됐다. 여러조로 나눠 공장의 이곳저곳을 둘러 보았다. 오전 스케줄은 모두 공장 투어였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드레스덴 중심지로 이동했다. 호텔로 가 잠시 옷을 갈아 입은 후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후 도시투어가 있었다.  시차 때문에 졸음이 몰려 왔다. 도시 투어 보다 나는 잠을 택했다.

저녁이 되자 마지막 만찬이 준비돼 있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드레스덴에서 유명하다는 동굴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성처럼 생긴 동굴안에 음식점이 있었다. 음식점 문 앞에는 고대 병사의 복장을 한 이가 칼과 창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 음식점 같은 곳이였다. 그 음식점에서 양고기와 쇠고기, 해물 같은 요리가 나왔다. 다 기억나지 않는 독일 전통 요리들이 제공됐다. 음식점 내부는 어두었지만 운치있는 곳이였다.

함께 참여했던 기자들간에 사진 촬영이 있었고 자유 토론도 이어졌다. 우리 일행은 와인 잔을 부딪히며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 했다. 이렇게 4박 5일간의 뮌헨 드레스덴 방문 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계속)[이 취재 여행은 바커코리아 김지영 차장, 박미선 부장(플라스틱코리아), 손병문 기자(EBN)와 함께 했다.(조영준의 다이어리에서)

르포-독일 뮌헨, 드레스덴 취재기(상) (2007-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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